식탁 위 소수자, 점심시간이 두렵다

학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반박불가 급식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행복할 시간일 것 같은 이 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생들이 있다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먹는 급식을 보아라. 고기류,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선호한다. 그런 음식이 많이 들어간 날은 '맛있는 날'이라고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맛없는 날'이라고 하며 급식을 많이 남기거나 먹지 않고 다른 음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누구에게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있는 날'일까? 하지만 채식주의자나 여러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맛있는 날'은 그들에게는 맛없는 날이고, '맛없는 날'은 그들에게 맛있는 날이거나 괜찮은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고기가 나오는 날이면 급식을 잘 먹지 않고 다른 음식을 먹는다. 어패류, 과일, 유제품, 밀가루, 견과류 등 음식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면 급식을 먹기 힘들어 한다.

'ㅈ'고등학교 a양은 "저는 고기를 먹지 않는데 저희 학교에 주로 고기음식이 나와서 힘들어요. 그래서 매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먹어요."라고 말했다.

▲ 일반적인 학교 급식 메뉴. 고기류,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통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b양은 "저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심해서 먹으면 바로 두드러기가 일어나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우유급식을 하지 않았고, 급식에 유제품이 나오면 힘들죠."라고 했다.

이런 조금은 다른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식소수자라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 급식 시스템은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스스로 취사 선택해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 정해져 있는 식단대로 일괄 배식을 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는 과연 주위의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충분한지 자주 돌아봐야 한다. 학교에도 분명 이러한 식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식생활에서도 소수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이 먼저 인식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소수자들에게 '왜 안 먹어? 한번만 먹어봐' 하며 그들의 상황을 너무도 쉽게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히려 그들이 눈치를 받고 강요를 당하기 일쑤다. 이들도 먹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식생활에도 소수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다. 그들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 변화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학교에서 먼저 식소수자 학생들을 위한 크고 작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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