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전 해안선·수심 자료 획득 관건"
변도성 해양조사원 연구관
"파고 높이는 긴 파랑 수치실험 해양장파 발생원인 분석 예정"

마산만 매립지 침수와 관련해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매립으로 점철된 마산만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받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마산항 해수면이 크게 출렁이는 현상은 먼 바다에서 남해안으로 전파돼 유입된 해양장파 '긴 파랑'이 폭이 좁고 긴 마산만을 통과하면서 증폭된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긴 파랑 증폭 현상은 일시적으로 큰 해수면 높이 변화를 일으켜 기상상태가 좋아도 저지대 침수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변도성 해양조사원 연구관은 "2015년 부산신항에 있던 한 해운업체 관계자에게서 '하역작업을 하는데 해수면이 갑자기 높아져 위험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부산신항·마산항·부산항 등 조위관측소 해수면 자료를 분석해보니 특이한 해수면 출렁임이 모든 곳에서 동시에 발견됐다. 개별 항만에서 일어나는 출렁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산항은 폭이 좁고 긴 특징과 겹쳐 60㎝ 최대 파고가 자주 관측됐다. 변 연구관은 "대조기(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 만조 시기와 겹치면 저지대인 매립지 침수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직격탄을 맞은 해운동·월영동, 상습침수지역인 마산어시장·봉양로 등은 모두 해안 매립지다.

마산만 매립 역사는 1899년 마산항 개항 때 시작됐다. 1906년 마산중부경찰서 앞 월포벽산블루밍아파트 자리가 매립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매립이 이뤄진 건 광복 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수립되고서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월포해수욕장도 사라졌다. 1965년 월영동 해안 5만여 평이 메워진 자리에 한국철강이 들어섰다. 이듬해에는 양덕동 6만 평을 메워 한일합섬을 세웠다.

1970년 우리나라 첫 수출자유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봉암동 앞바다 갈대밭 50만 평을 매립했다. 1974년부터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 과정에 귀곡동 99만 평이 뭍으로 변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항만을 만들면서 서항지구(해운동 일대)·구항지구(장어거리 일대)·수정만 등이 매립됐다.

최근에도 매립은 이어지고 있다. 2005년 가포신항 조성이 시작됐으며, 공사 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로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을 만들었다. 가포신항은 2015년 개항했고, 해양신도시는 지반 침하 중이라 2020년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변 연구관은 "매립에 의해 저지대가 생겼는데 이게 주된 침수 요인이다"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해수면이 지표면보다 높으면 하수관로로 바닷물이 역류하는 게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매립지 침수 피해에 대책을 세워왔었다. 마산해양수산청은 지난해 장어거리 앞 구항지구에 방재언덕을 쌓았다. 창원시는 해운동 일대 서항지구에 배수펌프장 1곳과 고지배수로를 설치하고 있다.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변 연구관은 이번 연구가 긴 파랑 증폭에 의한 해수면 높이 변화와 함께 매립지 침수 요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마산만 매립에 의한 긴 파랑 증폭'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산만 매립에 의한 해수면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매립 전후 해수면 자료를 토대로 실험해야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현재 마산만 지형을 토대로 연구했다.

변 연구관은 "올해 50~90분 주기의 긴 파랑 중 어떤 주기의 파랑이 마산항에서 파고를 높이는지 수치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해양장파가 어디서 생겨 전파됐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는데, 해외 학회에 참석해 어떤 원인에 의해 생겨났는지 등을 알아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 전 해안선·해저지형, 수심 정보가 있으면 매립에 의한 긴 파랑 증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료를 어떻게 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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