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는 어지러움증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잠을 잘 못 자고 더운 곳에서 일을 하니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시기였지요. 그래서 인지 진료실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찾아오는 제일 흔한 원인 중 하나인 어지러움증은 진단이 쉽지 않은 증세입니다. 어지러움이라는 단어 하나로 여러 가지 증세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안개 낀 듯 맑지 않은 느낌에서부터 눈앞이 캄캄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경우, 중심이 잘 안 잡히거나, 구역감이나 구토가 동반되면서 눈앞의 사물이 빙빙 도는 경우를 어지럽다로 표현하곤 하지만 사실 원인은 각각 다릅니다. 어지러움 종류에 따라 신경과 이외에도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등이 협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심이 안 잡히거나 빙빙 도는 증세

살아 있는 동물 만큼 중심을 잘 잡는 로봇을 아직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손 떨림 보정 기능이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사람 눈만큼 정확하게 사물을 주시하지 못하지요.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한 사람은 구역질과 구토도 하게 되지요. 이런 감각 기관은 신경을 통해 뇌로 균형을 잡기 위한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이 과정 중에 어떤 레벨에서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원인은 달라집니다.

 특히 움직임을 감지하는 세반고리관에 돌(이석, 耳石)이 감각세포를 교란해서 발생하는 양성돌발 현훈이나 귓속의 체액 압력 변화로 청력이 같이 손상되는 메니에르병 등이 말초전정기관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결국 이런 신경은 중추신경계로 연결되는데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입니다. 편마비 같은 일반적인 뇌졸중 증세와 달리 전정신경계와 관련된 이런 뇌졸중은 어지러움만(중심이 안 잡히거나 사물이 도는 증세)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인자가 있는 분들은 뇌졸중 발생 확률이 더 증가하므로 어지러움증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치료법과 주의사항

전정계 이상에 관련된 어지러움을 평가하는 검사는 병원에 따라 보통 신경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서로 협진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환자의 연령, 위험도, 증상뿐만 아니라 검사받을 때의 환자 컨디션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어 상황에 맞게 검사를 선택해야 할 수 있습니다.

뇌혈관질환과 관련 없는 전정계 이상은 질환에 따라 이석정복술(양성돌발현훈의 경우)이나 약물 치료로 쉽게 치료가 되지만, 빠르게 회복하는 분들도 재발을 막으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번 손상된 전정계는 어느 이상 그 기관에 무리가 가게 되면 다시 증세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정기관 속을 흐르는 체액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고혈압 환자처럼 평소 국물음식을 적게 먹는 등의 저나트륨식을 하면 장기적인 청각/전정 기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일부 환자들은 전정계 이상이 만성화되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안타깝지만 이런 분들을 위한 완벽한 치료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만성 전정계 이상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넘어져서 생기는 골절인데 나이가 들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특히 더 위험합니다. 이런 환자는 조기 치매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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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윤 MH연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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