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구산면 바닷가 비석 눈길 어업 활동 고마움·미안함 담아

인간에 의해 희생된 바다 생물을 추모하는 비석이 있어 화제다.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다의 뭇생명들에게 바친 헌사'라는 제목으로 비석 사진을 올렸다. 박 연구원은 "세상에 온갖 비석들이 무수히 서 있지만 이런 비는 정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인해보니 이 비석이 있는 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1363(옛 주소 구산면 내포리 68번지) 해오름식당 옆 바닷가였다.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바다의 생명들이여 / 그대들의 온 생명이 / 우리 삶에 들어있음을 압니다. / 저 바다 위의 찬란한 반짝임이 / 그대들의 은빛 비늘이었음을 압니다. // 바다의 생명들이여 /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 우리의 삶을 이어가게 해 준 그대들의 희생을 / 여기, 그대들과 우리들 / 모두의 고향 바닷가에 기립니다."

그런데, 비석 그 어디에도 누가, 언제 이 비석을 세웠는지 전혀 표시가 없었다. 비석 자체는 물론이고 기단에도 위 글귀 외엔 아무런 글자도 없었다. 또한 비석 옆에는 거의 다 내려앉은 무덤이 하나 있었다. 과연 이 비석은 누가, 언제, 왜 세웠을까? 무덤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혹시 마을에서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을 달래기 위해 세운 것이 아닐까?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내포리 바다생물 추모비와 비석 주변 모습.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비상임연구원

수소문 끝에 비석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신촌리에 집성촌이 있는 김씨 일가에서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당시 비석을 직접 세운 김형덕 씨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이 비석에 대해 "3~4년 전 10월 9일에 세웠으며, 옆에 있는 무덤은 저희 6대조 할아버지 묘소다. 6대조 할아버지부터 저희 집안이 갈라져 나왔다"고 밝혔다. 비석을 세운 경위에 대해서는 "일본에 가니 꽃게를 많이 잡은 집안에서 꽃게들을 위한 사당을 세워놓았더라. 그래서 우리 집안에서도 (6대조 할아버지 이래) 대대로 물고기를 잡고 살았는데, 물고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싶어서 집안 형제들과 함께 비석을 세웠고, 글귀는 제가 썼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집안 형제들끼리 1년 중 하루 날을 잡아 '물고기 안 먹는 날'도 만들었다.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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