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 내가 나라는 사실, 나의 이름, 생각, 감정, 행동 모두 기억에 기반한다. 기억을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데이터,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기자가 취재노트를 쓰고 있는 것도, 누군가 구치소 앞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는 것도 서로 다른 정보에 의한 결과물이다.

새삼스럽게 하나마나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새로운 기술을 봤기 때문이다. 누군가 10~15분 정도 말하는 영상이 있다면, 인공지능으로 얼마든지 전혀 다른 발언의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짜 영상’ 기술이 사실상 상용화됐다. 그 수준은 전혀 기자가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이 기술이 확산되면 히틀러가 유대인을 극찬하는 영상도 만들 수 있고, 부시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반대하는 영상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의 기반이 되는 가짜 음성 제작 기술은 이미 1999년 미국 국방성 산하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가짜 음성과 가짜 영상의 기술적 연구와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이제 몇 년 후 미국 선거에서는 가짜 뉴스가 아니라 가짜 영상을 두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가짜 뉴스와 가짜 영상 만이 아니다. 개인 간 주고 받은 메신저 메시지 등도 어렵지 않게 조작 가능하다. 약간의 IT 기술만 있다면, 메신저 백업 파일을 컴퓨터에 추출한 뒤 내용을 조작해서 다시 폰으로 넣어 없는 대화 내용도 만들거나 왜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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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면 갈수록 IT기술은 발달할 것이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도 모호해 질 것이다. 과거 2~3명만 크로스체크 하면 드러났던 진실이 이젠 아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때가 되면 과연 나는 ‘진짜’ 혹은 ‘진실’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1995년 개봉한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인터넷 데이터들의 합성을 통해 스스로 태어난 인공지능 생명체 ‘인형사’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케 했을 때, 인간들은 그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다”고.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진짜와 가짜가 혼동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은 통찰력 보다는 순간의 직감이나 감성에 의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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