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홍합 폐타이어' 방송 후 출하 급감…해수부 "안전하다"발표에도 소비자 불안 여전

마산만에서 홍합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최근 한 종편 방송을 통해 홍합이 폐타이어에 붙어 유해 성분을 먹고 양식되는 것으로 잘못 보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 홍합은 마산만에서 처음 시작해 전체 홍합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등 지역 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폐타이어 홍합' 논란으로 12월 현재 전년 대비 소비량이 30~40% 급감해 지역 수산계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종편 방송 이후 마산만에서 생산되는 홍합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려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영봉 마산수산업협동조합장은 "해양수산부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폐타이어 홍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홍합 출하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김영곤 수정 어촌계장도 "홍합은 미세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것이지 폐타이어 성분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폐타이어는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홍합을 안착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도 이 방송은 마치 홍합이 폐타이어에 달라붙어 석유화합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도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표시된 부분이 폐타이어 조각 모습. 어민들은 폐타이어 조각에 씨조개를 붙여 양식하며 홍합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

어민들에 따르면 홍합은 폐타이어 주변에 종패를 붙여 양식하며 폐타이어는 홍합이 떨어지지 않도록 아래서 받쳐주는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어민들은 약 50년 전부터 이 같은 방법으로 홍합을 양식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종편방송이 홍합이 폐타이어에 붙어 유해 성분을 빨아들여 양식되는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외면받고 있다. 폐타이어가 석유로 만드는 화합물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발암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3년 동안 패류 양식장의 위해물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마산만에서 생산되는 홍합이 모두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방송을 본 소비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쉽사리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우권 경상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폐타이어 성분과 홍합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전에 없었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에 관한 기준은 국내에 없는 상태"라면서 "홍합은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적 식품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하고 폐타이어가 아닌 대체물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산수산업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어민들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선진지 견학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손영봉 조합장은 "종편 방송 이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홍합 양식업 관계자들이 여수에 모여서 폐타이어를 대신해 지지대 역할을 할 물질을 활용한 양식에 대해 논의했다"며 "내년 1월 어민들이 수협 관계자 등과 함께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 홍합 양식장 등도 둘러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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