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자원으로 본 밀양의 전쟁] (4)마을공동체 분열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주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는 마을이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예상했던 우려였고,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오랫동안 한마을에서 살아온 이웃들은 갈라섰다. 튼튼했던 마을공동체가 무너졌다.

문제는 '돈'이다. 주민들은 "돈 지랄하지 마라. 그 돈 내가 줄게. 공사 중단하라"고 했다. 주민들은 "국민의 돈으로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공동체를 괴멸시키는 한전을 고발한다"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전력은 오로지 밀양사태를 '보상'으로 해결하려 했고, 개별합의와 마을합의를 늘려 갔다.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여만 원 개별보상금과 마을 공동자금 수억 원은 마을을 풍비박산 냈다.

주민총회에서 마을 일을 결정하던 전통은 깨졌다. 한전과 합의한 마을에서 반대 주민은 외면받고, 반대마을은 밀양에서 고립됐다.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1.jpg
▲ 밀양 765㎸ 송전탑 반대주민들이 지난해 11월 29일 밀양시청 앞에서 "국민의 돈으로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공동체를 괴멸시키는 한전을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로 고발하고자 한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표세호 기자

연구협동조합 '데모스' 장훈교(성공회대 사회학 박사) 운영위원장은 밀양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려고 서로 힘을 모은 '울력'에 대해 "삶-장소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공통자원의 인클로저(근세초기 영국에서 지주계급에 의해 공유지를 울타리 등으로 사유화한 것)에 대항해 공통자원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인민들의 권리인정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보상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마을'이 갈등의 중심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와 한전은 개별보상과 지역에 대한 보조를 보상 원칙으로 정했다. 그러나 송전선로 구축은 개별주민의 토지 소유로 환원될 수 없는 마을 공통의 경관이 결합돼 있기에 개별 주민과 보상합의만으로 공통 경관 활용에 대한 권리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마을' 단위 결정이 갈등의 중심이 됐다. 한전은 마을과 합의를 해야 했지만 마을 전체와 합의를 할 수 없었다."

-한전의 마을합의 발표에 주민들은 무효라고 줄곧 주장했다.

"한전은 마을에 대한 공동관리를 맡은 마을총회를 무력화하고, 한전과 합의를 바라는 대표기구를 만들었다. 합의를 원하는 주민들의 대표를 선출해 이 사람들과 마을과 합의를 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오직 마을총회를 통해서만 마을대표를 선출하고, 마을문제를 총회에서 결정해 왔으니 한전과 마을 합의를 진행한 주민들을 대표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마을은 무너졌다. 그렇다면 '마을'은 어떤 존재인가?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전체의 민주적 자기결정에 따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을은 개별 주민들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자연경관과 노동 그리고 의미가 융합된 주민 모두의 공통 정체성으로서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소유한 토지의 합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교환을 통해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마을은 말 그대로 마을 주민 모두의 '공통자원'이다. 따라서 마을은 물리적인 환경, 인간활동, 서로 삶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의 역사적인 구역이다."

-순번을 정해 산을 오르고, 농성장을 지키는 주민들 모습을 보면서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저런다'고 한 경찰도 있다. 움막에서 함께 생활하고, 연대자들에게 밥을 해 먹이는 주민들의 협력을 어떻게 보는가?

"마을 내부의 협력과 마을 전체 공동의 부를 창출하기 위한 노동협력을 '울력'이라 부른다.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선 한 주민은 '사람이 다 울력으로 삽니더. 참말로 정답게 잘 지내는 동네'라고 했다. 밀양에서 '울력'은 '조직화된 폭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투쟁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능력이 됐다. 특히 밀양을 도우러 온 집단, 개인들과 연대하는 힘으로도 나타난 것은 전통적이고 물리적인 경계 내부의 '마을'에서 마을과 접속하는 모든 이들의 마을로 만들어내는 울력으로 다시 나타났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