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 담당 주무부처 장관 역할 수행차…세월호 관련 질문 무응답

지난 25일 폭우로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자 6명, 실종자 1명이 발생한 사고 현장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27일 새벽 깜짝 방문했다.

이 장관은 26일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실태 점검 차원에서 제주∼목포 여객선 씨스타크루즈호에 탑승했고, 이날 밤늦게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시내버스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제법 강행군이었다.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이 장관은 사고 현장인 진동면을 포함한 창원시 마산합포구가 자신의 지역구이다.

이 장관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진동면 고현마을 덕곡천 인근에 차려진 소방·경찰·해경 합동 현장지휘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7일 오전 0시 50분이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에 장기간 머문 탓인지 이 장관의 모습은 예전보다 확실히 초췌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회의 참석차 수염을 깎아 세월호 참사 뒤 언론의 비친 모습보다는 말쑥했다.

합동 현장지휘소에는 박세영 창원해양경찰서장, 정수훈 마산합포구청장 등이 나와 있었고, 박진완 창원소방본부장이 이 장관에게 사고 개요와 수색 현황을 브리핑했다.

▲ 27일 오전 1시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 2명, 실종 5명이 발생한 창원 진동면 덕곡천 인근 삼진119안전센터 근처에 차려진 소방.경찰.해경 합동 현장지휘소를 방문했다. 여성의용소방대원이 과일과 마실 것을 내오자 이 장관이 이를 만류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이 시각 사고 당일만큼은 아니지만 장대 같은 비가 현장지휘소 천막 밖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박 본부장은 "경찰에서 버스 블랙박스 분석은 어느 정도 끝난 상황인데, 탑승자는 기사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브리핑을 들은 이 장관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이 얼마나 안타깝겠냐. 어떻든 수색을 빨리해 실종된 이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장관은 "실종자가 떠오르는 방법 이외에는 현재로서는 수색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박 본부장은 "내일 만조가 오후 3시 20분 정도다. 그 시점에 해군과 해경, 공무원 등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 해변 전체를 수색할 것이다. 또한, 해군 SSU 잠수대원 등이 내일부터 투입돼 바닷속 수색에 나선다. 하지만 오늘도 해경 등 잠수대원이 투입됐는데, 황토물이 많이 유입돼 시계가 매우 좋지 않아 바닷속 수색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이 실종자 가족은 다 귀가하셨느냐고 묻자 박 본부장은 "사고 지점 인근에 사셔서 다 귀가하셨다"고 했다.

▲ 27일 오전 1시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창원 진동면 덕곡천 인근 삼진119안전센터 근처에 차려진 소방.경찰.해경 합동 현장지휘소를 방문해 박진완 창원소방본부장으로부터 사고 개요와 수색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시우 기자

얘기를 나누는 도중 이곳 여성 의용소방대원이 과일과 음료를 내오자 이 장관은 이를 극구 만류했다. 4개월 넘게 세월호 참사 현장을 지킨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몸에 밴 조심스러움인 듯 자연스러웠다.

10여 분간의 합동 현장지휘소에서 설명을 듣고서 이 장관은 합동지휘소에서 1㎞가량 떨어진 창원해경 광암출장소 인근에 따로 마련된 해경 현장지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박세영 창원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해안과 해상 수색 현황에 대해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박 서장은 "해상 수색은 해경 함정 7척 정도가 구역별로 책임지역을 나눠 수색할 계획이다. 근해에 정치망 양식장이 있는데 오늘 잠수사를 투입했지만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성과가 없었다. 오늘 해군 SSU 대원과 함께 해경, 민간 잠수사가 함께 다시 바닷속을 잠수할 것이다. 앞서 본부장이 설명했듯이 황토물이 많이 유입돼 시계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곳 어민과 수협 협조를 얻어 어선을 동원해 시신이 유실되는 일만큼은 없도록 그물망을 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시라"고 하자 박 서장은 "오늘 중으로 검토해 신속하게 그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서장은 "내일과 모레 수온이 25도를 유지해 시신이 떠오를 수 있는 1차 시기이다. 이때 이후 가라앉았다가 다시 일주일 뒤에 시신이 떠오르는 시기가 있다. 이 두 시기를 놓치면 시신에 가스가 빠지거나 살점이 떨어져 나가 완전히 가라앉아 실종자를 찾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며 "이 시점에 최대한 인원과 장비를 동원해 수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전체 조류를 살펴봤는데, 다행히 근해 밖으로 시신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해안이다. 조류가 들고나가는 두 지점을 중점적으로 수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해경, 구조대 등의 함정을 이용해 수색 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구역을 정해 그 구역에서 맡은 바 책무를 철저하게 해달라. 실종자 유실만큼은 반드시 없도록 애써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곳에서도 10여 분 넘게 설명을 들은 이 장관이 진도로 떠나려 하자 한 방송국에서 뒤늦게 찾아왔다. 이 장관과 박 서장은 이 방송국을 위해 조금 전했던 브리핑을 다시 하느라 10분가량을 소비했다.

이 장관은 자리를 뜨기 전 해경 관계자와 민간 구조대원에게 "해양수산부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울 테니 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도록 힘들더라도 온 힘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오전 1시 42분께 이 장관은 1시간 남짓한 현장 방문을 마치고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로 향했다.

자리를 뜨기 전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장관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돌리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와 관련해서는 묻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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