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개월도 남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탈핵 주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고리원전 증설계획에 따른 밀양 송전탑 강행으로 경남은 반핵과 대안 에너지 이슈와 관련하여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밀양시장 후보는 물론 경남도지사 후보들이 탈핵과 송전탑 문제를 과연 주요 공약으로 다룰 것인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가동되고 있는 핵발전소는 모두 23기로, 핵발전 설비용량 세계 6위, 전력 생산량 중 핵발전 비중 세계 4위, 국토 면적 대비 핵발전 설비용량 세계 1위의 나라다. 전 국토, 전 국민이 핵 위협을 받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확정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하여 핵발전소를 최대 41기까지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반대함에도 증핵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2022년을 탈핵원년으로 선포한 독일이나, 2050년까지 현 54기의 핵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일본 등 선진국들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으로 일본 영토의 거의 절반이 죽음의 땅이 되고 있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핵발전소를 늘리기에 급급하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눈곱만큼이라도 걱정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삼척, 영덕이나 밀양 등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도 탈핵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아직 대중적인 지지나 성과는 미흡하지만 이미 전국 46개 기초단체장들이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을 한 바 있다. 현안 지역에서는 탈핵 후보를 내세우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고, 후보자들에게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대안을 공약으로 요구하고 있다.

밀양의 고통은 중앙집중식 핵에너지의 폐해에서 비롯된 압축판이다. 신규 핵발전소 증설 중단과 수명만료 발전소 폐기,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제정, 송전탑 반대,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등 탈핵 정책 전반에 대하여 지역 주민이 지방선거에서 검증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출마자들은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탈핵 정치의 신념을 실제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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