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가 자신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도는 9월 23일 이후 근 한 달 가까이 도지사의 일정을 전혀 알리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진주의료원 노조가 따라다니면서 시위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짓도 아니고 도정의 책임자가 업무수행 일정을 도민들에게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민들로서는 도지사가 어떻게 도정을 수행하고 있는지 사후에는 물론 사전에도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

제왕도 아니고 테러 등의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지사의 행정업무 일정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민주주의 시대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 하겠다.

민주화 시대에서 행정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주권자인 시민과의 소통이다. 그래서 자치단체장마다 열린 행정을 앞다투어 강조하고 있고, 자신의 업무수행 과정을 가능한 한 소상히 밝혀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열린 토론방을 따로 만들거나 도정에 대해 제안하는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직통 전화나 메일을 개설하는 시대에 업무 수행 관련 정보 공개를 스스로 차단하는 짓을 하니 무슨 발상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정을 수행하다가 보면 도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고, 그로 인한 민원발생이나 시위 등의 의사표현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진주의료원 폐원과 같이 사회적 파장이 큰 이슈를 밀어붙여 놓고 그에 대한 이의제기마저 아예 외면하려 든다면 도정을 책임질 그릇이 못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기관의 수장이라면 도민들이 칭찬하는 소리나 찬성하는 소리에만 귀 기울일 게 아니라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키워 들어가면서 설득하고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당당한 경남을 앞세우고 있는 홍 지사가 주요 업무 일정까지 숨겨가면서 지역민의 요구를 피하고 다니는 것은 누가 봐도 떳떳지 못하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요구가 옳은지, 아니면 억지 주장인지 시비를 가리고 정당성을 따지는 정도는 도민들이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도민이 판정할 터이니 홍 지사는 숨어다니지 말고 일정을 알려가며 당당하게 도정을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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