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하는 독일에게 세계는 용서로 화답…일본은 군국주의 부활 외치며 군비 증강

지난 22일 나치 학살 현장에서 고개 숙인 독일 총리의 사진이 국내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 시각) 현직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뮌헨에서 16㎞ 떨어진 최초의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다하우 추모관을 공식 방문한 것을 담고 있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1933년 6월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직후에 만든 독일 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정치범 수용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동성애자, 집시, 전쟁포로, 장애인 등 20만여 명이 강제 수용돼 이들 가운데 약 4만 1000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의 현장이다.

이미 '우리는 나치 범죄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참회한 바 있는 메르켈 총리는 이날 희생자 앞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역사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이 마음속에 가득 차오른다"며 "이곳은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인간의 생존권을 빼앗으려고 얼마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영원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독일인 대다수가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반성에 앞서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우슈비츠를 비롯해 국내외에 있는 나치 수용소를 방문해 사과와 반성을 거듭해왔다. 때론 무릎을 꿇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브란트의 진심 어린 사죄는 "그날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세계의 용서로 이어졌다.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종전 기념일'(8월 15일) 즈음이면 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저울질하는 일본 지도자와 대비된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범 국가인 일본은 용서는커녕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15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공물 봉납이라는 꼼수를 썼으며 주요 내각 대신의 참배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추도사에서도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본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여기에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공격용 부대로 분류된 해병대를 창설하고 중거리 미사일과 같은 공격 무기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항공모함급 호위함인 이즈모 진수에 이어 아무 때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하는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반성은 온데간데없고, 군비 강화를 추진하는 일본의 모습은 머리 숙여 사죄하는 독일 지도자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22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온 수요집회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두 분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6명이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이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같은 2차 대전 패전국이자 전범 국가인 독일이 '전쟁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는 부끄러움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세계는 용서로써 화답했다. 일본과 너무 다른 독일에서 참다운 이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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