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도 없는 제비, 여긴 많지"

"요새는 촌에 가도 제비가 없어. 근데 요 시장통에는 제비가 겁나게 많아. 제비가 이래 많은 데는 잘 없을끼야!"

제비 서식 조사를 하려고 찾아간 진동시장에서 만난 할머니가 건넨 말입니다. 시장에 있는 상점과 길가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제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둥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함께 둥지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약 150m쯤 되는 시장길 양쪽으로 번식 중인 둥지가 일곱 개, 쓰지 않는 옛 둥지가 열두 개 있습니다. 전깃줄 위에서 짝짓기를 하는 제비 한 쌍도 보이는데, 번식하는 둥지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떡을 만들어 파는 가게 입구에서 독특한 둥지를 찾았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구니를 걸어둔 것입니다.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이 둥지에 담긴 특별한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봄에 제비가 둥지를 지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둥지하고 새끼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어서 다시 둥지가 있던 자리에 달았습니다. 새끼가 잘 자라서 둥지를 떠났는데, 올해는 아직 제비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좋긴 한데 배설물 때문에 불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비가 찾아와서 좋기는 한데, 배설물 때문에 많이 불편합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안 떨어지는 튼튼한 배설물 받침대를 만들어 달려고 했는데, 바빠서 박스만 저렇게 대 놓았습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제비 배설물이 떨어지면 해산물을 손질해서 파는 일에 지장을 줄 것 같은데 크게 싫어하거나 꺼리지 않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제비가 계속 찾아왔으니 복이 많이 들어올 겁니다'라고 건넸더니 '복보다는 박씨를 갖다 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뗐는데, 그새 옆에다 또 지어놨네. 올라가서 또 떼야겠네" 하며 가게 출입구 바로 위에 제비가 둥지를 튼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둥지가 있는 곳 밑에서 여럿이 모여 앉아 좌판을 펴고 물건을 파는 할머니에게 제비가 왔는지 물어보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꼬랑지가 안 보이는 걸 봉께 안즉 제비는 안 왔는가 보네."

"시장 활기 있어야 제비도 찾지"

시장에 있는 많은 가게와 다양한 사람들, 여러 가지 물건만큼이나 제비 둥지의 모양도 다양합니다. 제비 둥지는 대개 처마 밑 벽에 붙어있는데, 이곳 진동시장에서는 햇빛을 가리고 비를 피하려고 달아놓은 가림막 안쪽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파이프 위에 둥지를 짓는 것이 벽에 붙이기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제비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가림막 안쪽 외에도 시장 곳곳에서 둥지를 볼 수 있습니다. 간판 글자나 전깃줄 위, 형광등 위나 전등 옆에도 둥지가 있습니다. 새끼를 잘 기르기 위한 어미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제비는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사람의 드나듦이 잦은 출입구 위에 둥지를 틉니다. 시장은 언제나 사람이 북적북적하여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제비 수가 줄면서 진동시장에서도 빈 둥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이 다시 살아나 사람들이 활기를 되찾고, 제비도 신이 나게 새끼를 기르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