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2파전, '정상적 매각' 가능성 높아져…노조 "매각반대, 파업 불사"
올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지분 매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7일 오후 대한항공이 KAI 주식 재매각 공고와 관련해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에 예비입찰서를 제출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인수제안서를 내는 등 인수전에 전격 참여한 것.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은 KAI 인수를 놓고 2파전을 벌이게 됐다.
이로써 수의계약을 통한 대한항공의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인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등은 KAI 인수와 관련해 우선대상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2개월 정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KAI 노조는 간부직을 제외한 전체 사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을 결정했다. KAI 노조는 지난 2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전체 조합원 1927명 가운데 1614명(84%)이 참여해, 찬성률 95%로 파업을 결의했다. 이로 인해 KAI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투쟁에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이날 노조는 “이번 쟁의 결의가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정책금융공사가 부실기업인 대한항공에 수의계약을 통해 특혜를 주기 위한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파업투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자주국방, 항공산업을 위협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영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여·야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 사회단체, 사천지역 시민·노동단체 등 모두 반대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KAI 지분 매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KAI 비투위의 매각 저지 노력은 비단 내 일터,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 항공산업의 붕괴를 자초할 부실기업 대한항공으로의 KAI 지분 매각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부실기업인 대한항공의 인수참여를 결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만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대중공업이 갑자기 인수전에 참여해 당황스럽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하지만, 애초부터 민영화 자체를 반대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한 것과는 상관없다. 민영화가 철회되는 날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지역에서는 KAI의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사천시민참여연대는 28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한항공의 KAI 인수 음모론’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AI 지분 매각은 부실기업 대한항공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특혜 조치다. 항공산업 발전을 소멸해 국력을 위축시키는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KAI의 지분 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KAI 노조와 관리자협의회는 예비입찰 마감날인 27일 오후 1시 정책금융공사 앞에서 노동조합 확대간부 70명과 관리자 30명 등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했다.
이날 KAI 노조와 관리자협의회는 ‘끝까지 매각을 진행한다면 KAI 전 직원은 경남도지사 선거와 대선에서 표로 현 정권을 심판할 것을 엄숙히 밝혀 둔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정책금융공사에 전달했다.
관련기사
- KAI 관리자협 "부실기업 대한항공에 지분 매각 반대"
- 울산대, 우수논문평가 국내 8위
- KAI 노조 "지분매각 재추진 즉각 중단해야"
-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오늘 재매각 공고
- 창원시의회 경제복지위원회, 창원대 방문
- 여상규 의원 "KAI 민영화, 대선 악영향"
-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의계약으론 매각 못해"
- 한국항공우주산업 1차 매각 유찰
- [취재노트]역지사지(易地思之)
- 사천 KAI 민영화·부품공장 문제 확산
- [사설]MB정부, 부실기업에 KAI 넘겨주려나
- 사천 KAI 노조 "부실 자본, 인수 반대"
- 'KAI 민영화' 국정감사서도 뜨거운 논쟁
- 국방위 "KAI 재벌 특혜 의혹" 한목소리
- [사설]의혹투성이 KAI 지분매각 중단해야
- 사천 KAI 노조, 예비실사 저지 릴레이 서울집회
- 대한항공 "KAI, 적정가 이상이면 인수 안해"
- 사천 KAI 매각, 또 유찰될 듯…현대중 "실사 못해"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