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정창욱(29)·임수연(31) 부부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든,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든 '연상·연하' 커플인 것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현실에서 '연상·연하' 커플은 대부분 여성이 나이가 많은 경우를 의미한다. 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니 최소한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 나오는 커플만 본다면 여성이 나이가 많은 경우는 드물지 않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에 사는 정창욱(29)·임수연(31) 부부도 '연상·연하' 커플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드문 사례가 아니다. 이 부부가 조금 특별할 수 있는 면은 한 가지다. 창욱 씨 선배가 자기 친구를 후배에게 소개해줬다는 정도? 이제는 상대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을 소개해주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2010년 9월 친한 형 소개로 만났어요. 첫인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상당히 편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성격도 괜찮았고요.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편하게 잘 대해주더라고요. 내가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창욱 씨 첫 만남 기억에서 수연 씨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연 씨는 웨딩플래너, 즉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조언을 하는 일을 했다.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제조업에서 일하면서 회사 직원을 빼면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많지 않은 창욱 씨에게는 상당히 매력 있는 모습이었다. 단 수연 씨에게 창욱 씨는 또래답지 않게 할 말만 하는 '애늙은이'처럼 보였다. 어쨌든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 말을 편하게 하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첫만남이 이뤄진 다음 날 창욱 씨는 출장을 떠났다. 물리적으로 '애프터(after)'를 신청할 여유는 없었다.

"7~10일 정도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출장 가서도 계속 연락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출장 다녀와서 바로 만났지요."

비교적 꽉 짜인 일정 속에서 움직이는 창욱 씨. 반면, 평일보다 주말에 일이 많고 업무가 정형화되지 않은 수연 씨. 서로 마음이 통하며 막 시작한 남녀에게 문제는 연애 시간이었다. 그나마 저녁 시간이 자유로운 창욱 씨가 데이트 시간을 맞췄다.

"제가 회사를 일찍 마치는 편이라서 주로 기다렸어요. 만나서 저녁 먹고, 영화 보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데이트를 했지요. 아내는 주말보다 평일이 더 나은 편이었습니다. 일하는 패턴이 달라서 데이트하기가 까다로웠지요."

창욱 씨와 수연 씨는 지난해 5월에 결혼을 한다. 처음 만나고 8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셈이다. 연애하면서 싸운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서로 잘 통한 것은 그렇다 쳐도 상대적으로 이른 결혼이다.

   
 

"처음 연애할 때부터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결정적으로는 딸 때문에…."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서는 연상·연하 커플만큼 이른 자녀 소식(?)도 드물지 않다. 그 소식 하나면 이른 결혼에 대해서는 결혼 당사자도, 얘기를 듣는 사람도 바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프러포즈는 창원시 진해구에서 모노레일 케이블카로 하는 커플 이벤트에 참여해 결혼 직전에 했다.

결혼은 별다른 문제 없이 차곡차곡 진행됐다. 웨딩플래너였던 수연 씨 경험은 더욱 빛났다.

"저야 쉽게 결혼했지요. 혼수, 촬영, 예식장 등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해 아내가 전문가이니까…."

수연 씨는 본인 결혼 설계를 끝으로 출산 뒤 전업주부가 됐다.

부부 사이 2살 정도는 이미 연애시절에 의미가 없어지는 차이다. 창욱 씨는 친구 같으면서 더욱 속 깊은 배려를 해주는 아내가 늘 든든하다고 했다.

"모든 면에서 아내가 저를 잘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제가 하고 싶다는 것을 많이 도와주지요. 그렇다고 구속도 거의 하지 않고요. 친구들과 만나도 서로 존칭을 쓰니 불편한 게 전혀 없더라고요."

창욱 씨 자신도 바뀐 게 있다. 친구 만나겠다고 밖으로 돌던 시간이 아무래도 줄어들게 됐다. 또 무슨 일을 하거나 사소한 소비를 할 때도 가정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육아를 아내가 거의 전담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요. 그런데도 제가 도와주지 못하는 게 많고요.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고요. 앞으로 아내에게 더욱 잘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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