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비관·정신 불안이 낳은 비극…주민에 대한 불만 폭발한 듯

지난 27일 하교 중인 초등학생 2명을 둔기로 느닷없이 내리쳐 중상을 입히고, 자신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ㄱ(52·무직·김해시 외동) 씨.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ㄱ 씨는 지난 이날 오후 2시 40분께 김해시 삼계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두 명의 초등학생과 함께 탔다. ㄱ 씨는 12층에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ㅂ(11) 군과 함께 타고 있던 같은 학교 친구인 ㅇ 양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 ㅂ 군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도망가자 뒤쫓아가서 ㅂ 군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렸다. ㄱ 씨는 범행 뒤 곧바로 미리 준비한 농약을 마시고 창문을 열고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그는 왜 원한 관계도 아닌 아이들에게 이른바 '묻지 마 폭행'을 가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27일 오후 김해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초등생 2명에게 흉기로 중상을 입힌 뒤 투신 자살한 50대의 호주머니에서 사람들을 비난하는 유서가 무려 14장이 나왔다. /뉴시스

ㄱ 씨는 사건을 저지른 이 아파트에 2년 전까지 살았다. ㄱ 씨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와 아파트 주민 말에 바탕하면 ㄱ 씨는 장사를 이것저것 해봤지만 잘안 됐고, 늦은 나이인데도 미혼인 점에 대해 서글픔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ㄱ 씨는 이 아파트에 살 때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주민 신고로 한두 차례 인근 파출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2009년 12월 초부터 한 달여간 김해지역 두 병원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등 정신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특히 두 병원 중 한 곳은 영남권에서 유일한 알코올 중독치료 전문병원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고 추측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두 병원 방문조사를 아직 하지 않아 확답할 수 없다. 내일 ㄱ 씨가 다녔다는 병원에 들러 조사한 뒤에야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가족 진술 등에 따르면 ㄱ 씨는 종종 환청을 듣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아파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 … , 나를 무시한 이웃의 애들에게 복수하고 나도 자살하겠다…' 등 복수심이 담긴 원색적인 표현이 가득 찬 유서 내용. 아파트 주민들이 항상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주민을 향해 불만을 키워왔을 법하다. 정신적 통제불능 상태에서 불만은 끝 모를 원한으로 변주하며 자신이 품은 원한과는 전혀 관계없이 애꿎은 아이들만 희생시켰다. 이런 원한과 원망은 그 자신조차 결코 해서는 안 될 선택으로 몰아간 듯하다.

그의 이런 선택은 그가 마신 농약병, A4 14장에 이르는 유서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은 두 아이, 불안에 잠 못 이루는 주민들을 함께 남겼다.

한편, '묻지 마 폭행'으로 머리를 심하게 다쳤던 두 초등학생은 수술을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건 직후 부산의 병원으로 옮겨져 ㅇ 양은 수술을 마쳤고, 더 다친 ㅂ 군도 1차 수술 뒤 28일 현재 의식이 돌아온 상태다. ㅂ 군은 2차 수술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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