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출동로 = 생명로'라는 표어가 있다. 또 그 이야기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생명과 관련한 다른 사안들처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재 및 구조·구급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하여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소방관의 임무다. 화재는 5분 이상 경과하면 급격하게 연소가 진행되므로 신속하게 진압하지 못하면 인명과 재산피해는 불보듯 뻔해 소방출동로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불을 보고도 소방출동로가 막혀 있어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면 이보다 더 답답한 일이 없다. 화재를 입은 당사자들도 속이 불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재는 이른바 최성기(플래시 오버)에 도달하기 전에 진압해야 한다. 하지만, 화재발생과 현장 도착시간을 조사한 통계를 보면 5분 이내에 화재현장에 도착하는 비율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또한 심폐 정지 환자에게도 5분(황금 시간)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시간이다.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 뇌의 비가역적인 손상으로 소생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방서에서는 재난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방출동로 확보훈련 및 소방차 우선통행훈련을 하고, 시민에게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차가 원활히 출동할 수 있도록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지만 소방출동로는 교통량 증가, 불법 주정차, 양보의식 부족으로 재난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소방공무원도 불법 주정차 단속권한을 갖고 소방출동로 및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 소방출동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법은 최소한의 규정이다.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소방출동로는 주민 스스로 확보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김기철(양산소방서 구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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