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드는 삼천포중앙여중을 찾아서

삼천포중앙여자중학교(교장 이석승)에는 급식소로 향하는 길에 학생들의 쉼터가 있다. 원래 주차장으로 예정돼 있던 공간이었으나 용도를 바꿔, 급식을 기다릴 때나 혹은 밥을 먹은 후 쉴 수 있는 쉼터로 꾸렸다

하지만, 바닥은 시멘트인데다 의자와 테이블, 탁구대 2개가 전부인 공간. 세 개의 교실을 합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휑한데다 활용도도 높지 않아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이석승 교장과 교사들은 항상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 공간이 6개월 후면 바뀐다.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학생-교사-학부모-디자인감독에 달렸다. 이제부터 학교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꾸려지는가에 달렸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2011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선정된 삼천포중앙여중을 찾았다.

디자인 감독과 삼천포중앙여중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텅 빈 듯한 급식소 앞 쉼터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하고 있다./삼천포중앙여중

-디자인감독·학생·교사 첫 만남

"몽글몽글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친구와 수다 떨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그런 공간 있잖아요. 포근한 만화방 같은 공간이라 하면 어울리겠네요." (학생위원들)

"다른 건 없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곳,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부모위원들)

"급식실이 작다 보니 학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요.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공간, 언제든지 와도 든든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사위원들)

"아무래도 급식소와 가까우니 쉼터의 의미가 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오롯이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선입견이 있으면 생각을 담을 수 없는 만큼 충분히 의견을 모은 다음 결정하겠다." (디자인 감독)

지난 4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비롯해 디자인감독, 학생과 담당교사와 학부모 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첫 만남에서 일명 '브레인스토밍' 시간이 마련됐다. 그냥 맘대로 한번 하고 싶은 것을 털어놓아 보는 자리다.

텅 빈 듯한 급식소 앞 쉼터.

5월 여러차례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이후 7월 방학 동안 설계와 시공에 들어간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하반기 학생들은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공간을 만나게 된다.

-선정 이유·결과물 '소통' 관건

"이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완성된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결과물들을 보여주자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각장애인특수학교 대구영화학교. 이곳 학생들은 '마음의 소리'인 글로 이야기한다. 디자인감독과 학생이 논의한 끝에 등장한 건 바로 '썼다 지웠다'를 자유자재로 하는 '유리 벽면'.

한 초등학교의 유휴공간은 "데굴데굴 구르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바람이 담겨 동그라미의자로 이루어진 도서관으로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문화카페, 옥상공원,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변신한 유휴공간이 마치 TV프로그램 <러브하우스>를 보듯 펼쳐지자 학생들은 기대로 부풀어올랐다. 이처럼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문화로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삼천포 중앙여중이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로 선정된 데도 학생과 학교간 '소통하는 모습'이 가장 큰 점수로 작용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심사를 위해 지난 1월 학교를 둘러봤는데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며 "결국 이 공간을 꾸리는 주체가 이들인 만큼, 소통을 잘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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