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 초보 캠핑마니아 '가족판 1박2일'…살 비비며 잠드니 옛 추억 아련

주말, 50대는 부부끼리 등산을 떠나지만 30·40대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텐트를 들고 산과 들로 나간다. '가족판 1박 2일', 캠핑이다.

1년 전 밀양에 자리 잡아 어느덧 캠핑 마니아들의 아지트가 된 홀리데이 파크는 영남권에 몇 안 되는 전문캠프장. 전기·물·샤워실·화장실 등도 갖추고 있어 주말이면 경남을 비롯해 대구, 부산의 캠핑 마니아 발길이 이어지는데. 두 번째 캠핑에 나선 초보인 내가 가족과 함께 '캠핑마니아'들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눈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이 캠프장에서 키우는 강아지들과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박종순 기자

◇아빠가 텐트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 집에선 소파에 접착제를 발라놓은 듯 꼼짝도 안하는 남편들이 캠프장만 오면 설거지대에 줄을 선다?

아빠는 텐트치고 고기 굽고 설거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엄마는 아이들과 텐트 안에서 놀기 바빴다. 캠프장에서 아빠와 엄마의 역할이 360도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캠핑을 조르는 건 대부분 '남자'. 엄마와 아이들은 못 이기는 척 따라온 죄밖(?)에 없다고들 한다. 5살부터 12살까지 유아와 초등학생을 둔 30·40대가 대부분인데. 그럼, 아빠들은 왜 캠프장으로 향하는 것일까?

캠핑장에서 아빠는 텐트치고 고기 굽고 설거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캠핑을 온 이들은 "남자의 야성을 끄집어낸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면서 "사실, 아이들과 어릴 때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직장 선배들이 많다"며 "나중에 여유가 생겨 같이 가려 해도 아이들이 바쁘다며 등을 돌리더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깨달았다"고 말했다. 직장만 보고 달려가다 50대 외톨이가 되는 선배들, 혹은 그들의 아버지를 보아온 30·40대 남성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비집고 자고 흙에서 뒹굴던 옛 추억 매력적 = 아이들은 오전에 순한 강아지와 흙에서 뛰어놀고 텃밭에 씨를 심었다. 오후엔 강변에서 올챙이를 잡았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햇볕 아래 쉴 새 없이 뛰어놀았다. 저녁에 채소와 고기 등을 이것저것 끼워 숯불에 구운 꼬치를 주자 허겁지겁 먹는 아이들. 꼬치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를 갖춘 캠핑요리기에 집집마다 가장 많이 해먹는다.

어둠이 내리고 물소리만 들리자 아이들은 2평도 안 되는 텐트 속에서 엄마아빠에게 꼭 안긴 채 잠이 들었다. TV와 컴퓨터와 놀다 '이제 그만하자'는 부모의 말에 삐쳐서 잠이 들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나와 남편은 어릴 때 셋방에서 몸을 비비며 자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캠핑'은 부모에겐 추억을, 아이들에겐 자연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아이 있기에 철저한 장비는 기본…명품 자랑은 눈살 = 아이들과 함께 사계절 언제든지 다녀야 하기에 장비가 철저해야 한다. 갑자기 밤기온이 떨어지기도 하고, 비와 바람도 견뎌야 하기에 천막형·거실형 텐트가 필요하며 전기장판도 필수다. 이곳엔 장비 구입에 앞서 캠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캠핑체험장도 있어 인기였다.

한편, 밥그릇부터 의자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집들은 우리나라의 특징이라 할만한 고가장비 경쟁의 단면을 보여줬다. 그 가족에게 맞는 형태의 캠핑이 아닌, 명품 자랑에 묻힌 듯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