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명문고였던 고교들은 지원 학생은 많은데 우수학생은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옛 명성을 잊지 못하는 농촌지역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기 때문이라 하고, 둘째는 우수학생이 몰리는 사립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립고가 인근 중학교 학생들에게 '그래도 이 동네에서 먹고살려면 ○○고를 가는 게 낫다'며 중하위권 학생들을 자기 학교가 아닌 다른 고교에 가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선 공립고 등은 '현재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는 말뿐인 평준화라고 말했다.

일선 고교뿐만 아니다. 기초자치단체들 또한 우수학생 모시기에 혈안이다. 특목고를 유치하려는 것도, 기숙형 고교를 육성하고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도 '우수학생'을 데려오기 위해서다. 기초자치단체가 원하는 건 '인구 늘리기'가 아닌, '성적 우수 학생 유치'인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수능 성적 결과를 보면 경남은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성적 우수 고교'는 앞의 공식에 딱 맞아떨어졌다. 순위별로 첫 번째는 특목고요, 두 번째는 농촌지역 기숙사 고교요, 세 번째는 사립고였다. 교육계, 학부모, 학원가까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요, 현실적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뭔가 씁쓸하다. 어찌 된 일인지 교육에 '성적우수학생'만 있다. 소수의 '성적우수학생'을 어떻게 데리고 올까가 목적이 된 듯하다.

그런데 시대의 단면을 한 번 들여다보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성적과 비례하는 게 현실이요, 일선 학교에선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적이 고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성적우수학생'은 갈수록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어른들은 노력으로 성과를 일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희망을 품고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는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을 갈망하는 것은 이 시대의 열망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정 그런 세상을 원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