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창진 통합 후 '적막강산' 마산합포구청 인근 상가 가보니

"상권이 완전히 죽었어요. 이러다간 신마산 전체 상권도 무너질 판이에요."

2010년 7월 1일 통합 창원시 출범과 함께 마산시청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이 들어섰다. 조직이 축소되고 공무원 수가 줄었으며 그만큼 민원인도 줄었다. 이 주변을 오가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인데, 옛 시청 덕을 보던 상인들 눈에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그래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평가도 분명했다. 옛 시청 주변은 이미 죽은 상권이며 되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마창진 통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사람들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옛 시청 때 청사 앞에 항상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가 지금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점심때에도 손님 한 명 없었어요" = 오후 3시, 사무원들이 한창 업무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다. 마산합포구청 왼쪽 측면을 바라보며 줄줄이 늘어선 가게는 10여 곳. '아마 이 집이 제일 죽을 맛일 것'이라는 슈퍼마켓 아주머니 제보를 받고 찾은 곳은 한 횟집이다.

누워서 TV를 보던 아저씨 한 분이 벌떡 일어난다. 구청으로 바뀌면서 요즘 장사가 어떤지를 묻자 우선 자리를 권한다. 그리고 눈을 TV에 둔 채 입을 열었다.

"14년째 장사하면서 명절 빼고 350일은 문을 여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없어요. 하루에 50만~60만 원은 벌었는데 요즘은 10만~20만 원 벌기도 어려워요. 오늘 점심때에도 손님 한 명 없었어요. 온종일 이러고 있지요."

그는 '적막강산'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구청 옆에 있는 한 두부요리 전문 식당 주인은 장사 이야기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공무원도 줄고 민원인도 줄었어요. 당연히 손님이 확 줄었지요. 시청 있을 때보다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말투가 차분했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더 타격이 큰 게 시청 있었을 때 꼭 정기적으로 하던 회의가 있었거든요. 통반장 회의, 부녀회, 적십자 회의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구청으로 바뀌고 나서 이런 회의를 안 하는가 보더라고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런 손님을 받았다.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쉬울 때면 꼭 자리를 채워주던 그런 손님이었다.

시청과 멀지 않은 한 분식집 주인아주머니는 허하게 웃었다. 집게로 튀김 몇 개 뒤집고 바구니를 툭툭 건드렸다. 색이 바랠 겨를이 없어야 할 음식들이 주인과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 많이 와서 많이 먹어야 조금 남는 장사거든요. 시청 드나들던 사람들이 밥 때 애매하면 몇 개씩 사 먹고 했는데, 요즘은 영 재미없어요. 옆의 식당들은 더 죽을 맛일 걸요. 이전 매출의 절반은 하려나? 못할걸요."

마산합포구청 왼쪽 도로변 상가. 이 일대 상인들은 시청이 없어진 뒤 매출이 절반 밑으로 떨어져 한숨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기다리는 택시도 없다 = 마산합포구청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경비실에 들어섰다. 나이 지긋한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에게 온 소포를 정리하고 있다.

"시청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유동인구가 70% 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주변 상인들도 죽을 맛이지요. 구청 주변을 보세요. 기다리는 택시가 없잖아요."

유동인구에 누구보다 예민한 이들이 택시기사다. 손님이 있을 만한 곳에서는 줄을 서서라도 기다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미련 없이 지나친다.

옛 마산시청 주변도 항상 택시 몇 대가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택시를 아예 볼 수 없다.

아파트 단지 옆 슈퍼마켓 역시 한적했다. 얘기를 나누는 10여 분 동안 물건 넣어주는 사람 말고는 손님이 없다.

"죽은 도시라는 말이 딱 맞아요. 매출은 반 이상 줄었지요. 아침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장사를 하는데, 시청 있었을 때는 3명이 일해도 바빴어요. 그런데 지금은 2명이 일해도 한산하네요."

구청 옆에 있는 인쇄사 문을 열었다. 도장도 파고 명함도 만드는 곳이다. 주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처지를 하소연했다.

"전에는 하루에 10만~15만 원 장사는 됐어요. 지금은 잘하면 3만 원 정도지요. 주변의 법무사 사무소도 손님이 뚝 떨어졌어요. 인·허가 또는 이권 문제가 걸린 민원이 많아야 사람들이 많이 다닐 텐데 그런 업무가 모두 창원으로 갔잖아요."

◇통합, 우리가 하자고 했나? = 하소연 끝은 결국 창원·마산·진해 통합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몰렸다. 지역 주민 살길을 틀어막고 진행해야 할 행정 효율성이 도대체 뭐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구청 옆 한 식당 주인은 "여기 상인들은 통합 반대했다"며 "통합 잘됐다는 사람 아직 못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절반 장사도 못하게 만든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전 마산시장과 지금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험한 욕도 섞여 나왔다. 무책임하다 했고 마산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앞날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게 이 같은 불만을 더욱 깊고 무겁게 했다. 마산합포구청 주변 상권에 드리워진 그늘이 신마산, 그리고 앞으로 마산 전체로 퍼질 것이라는 게 이곳 상인들이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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