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모임 경남낙사모 '낙동강 사진 전시회' 20회째
의제 공감한 자발적 모임 "보고 알아서 판단" 강요안해

언젠가부터 시민단체는 두 가지 과제와 맞서고 있다. 시민단체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관심 없는 시민이다. 이는 단체 영향력과 존재 기반이 희미해진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과제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시민단체는 언제나 위기다.

그렇다면, 시민단체가 겪는 위기가 곧 시민에게도 위기일까? 시민은 단체 힘을 빌리지 못하면 부조리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을까? 이 같은 의문에 한 가지 답을 제시하는 모임이 있다. 지난 5월, 블로거 몇 명이 모여 만든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지역 순회 전시회 추진 모임'(경남낙사모)이다.

지난 14일 경남지방경찰청과 경남도의회 사이 도로에서 열린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지역 순회 전시회'. /이승환 기자 hwan@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모였을 뿐 =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지역 순회 전시회 추진 모임'. 지난 5월 블로거 10여 명이 모임을 꾸린 '경남낙사모'는 이 계획을 줄인 이름일 뿐 무슨 거창한 단체가 아니다.

당연히 뜻을 모은 블로거들에게 단체 소속 회원이라는 굴레는 거추장스럽다. 각자 직업이 있고 일상이 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맞고 시간이 돼서 함께할 뿐이다. 그냥 4대 강 사업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지율 스님 사진을 보고 공감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공통분모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약속을 정했고 사정이 허락되는 사람들이 모여 전시회를 진행했다. 그렇게 지난 5월 시작한 전시회가 20회째다.

경남낙사모 카페(cafe.daum.net/gnnaksamo)를 운영하는 블로거 염좌는 "부조리한 것에 대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모으기는 어려운데 적극적인 몇몇 블로거들의 제안에 다른 블로거들이 공감하면서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냥 보고 판단은 알아서 = 경남낙사모가 여는 사진 전시회는 불친절하다. 사진을 펼쳐놓기만 할 뿐, 사진 설명한다거나 안내하는 서비스는 없다. 모금함을 두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성금을 권하지도 않는다.

'그냥 보고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는 게 전시회 목적이고, 블로거들은 그 목적에 충실하게 움직인다. 자신들도 누가 시켜서 움직인 게 아닌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판단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블로거 달그리메는 "보통 시민단체에서 하는 것처럼 사진 설명도 하고 모금도 적극적으로 하고 했으면 이 모임에 계속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사람이 편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공사로 파헤쳐진 낙동강의 지금, 그리고 이전 모습을 나란히 담은 사진은 그 자체로 블로거들에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강렬한 호소다.

◇블로그로 소통하고 카페로 모여 = 블로거들에게 소통 도구는 당연히 블로그다. 경남낙사모에 참여한 블로거들도 이전부터 블로그로 뜻을 공유하고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에게 쌓은 믿음이 사진전을 함께 준비하는 힘이 됐다.

그리고 구체적인 활동 일정을 정하기에는 매체 특성상 블로그가 아쉬워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이들은 카페를 통해 전시회 날짜와 장소, 준비 사항 등을 공유한다.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그럴듯한 모양새는 갖췄지만 사정이 되는 사람들이 날짜를 맞춰 전시회를 열고 편하게 즐기자는 모임의 큰 흐름은 변함없다. 여전히 무게중심은 조직보다 개인이다. 이런 식으로 일단 올해 말까지 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움직이는 개인을 응원하는 또 다른 개인 = 경남(최근에는 부산까지)을 돌며 전시회를 이어가는 블로거 활동 뒤에는 든든한 응원이 있다.

블로거 염좌는 "블로그에 올린 글만 보고 취지에 공감해 성금을 보내준 분들도 많다"며 "이런 응원이 없었다면 사진 전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모임을 꾸리고 지금까지 모인 성금은 약 300만 원이다. 그냥 이런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으니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달라는 블로그 글을 본 사람들이 보낸 돈이다.

그중에는 블로거와 친분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아무 친분 없이 글만 보고 성금을 보낸 사람도 있다. 이 돈은 사진 패널 제작, 사진 출력·코팅 등 전시회 준비에 쓰였고, 지출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공개됐다.

블로거 파비는 "이 모임을 지속하는 힘은 자발성"이라며 "조직·단체에 대한 의무감이 아니라 의제에 공감하는 개인들이 뭉쳐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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