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 경남발전연구원장 "협력 · 소통 확대 고민"

경남발전연구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크게 두 갈래다. 연구원장 자리와 연구원 역할이다. 경남도 인사에 숨통 틔워주는 자리라는 지적이 있고, 도정 합리화 근거만 제공한다는 질책도 있었다. 그런 자리에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경남대 이은진(57) 교수를 원장으로 임명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자리 배분과는 거리가 멀다. 경남발전연구원에 대한 도지사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연구원이 도정 들러리 역할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남발전연구원이 싱크탱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7일 창원시 용호동 경남발전연구원 원장실에서 이은진 원장을 만났다.

경남발전연구원장은 임기 3년에 차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다. 이은진 신임 원장은 연구원을 '지성의 상징'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남에서만큼은 가장 권위있는 연구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학자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를 만난 원장실은 3면이 유리벽이었다. 시선이 막히는 곳이 없다. 이은진 원장은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좋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꽉 막힌 구조는 사고까지 가둔다고 했다. 열린 공간과 편안한 환경이 좋은 아이디어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원장실 의자·책상·책꽂이는 '관료적'이라고 했다.

   
 

-김두관 도지사에게 언제 어떻게 제안을 받았는가?

△지난달 25일쯤으로 기억한다. 지인에게 전화로 도지사 뜻을 들었다. 3명 정도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도지사는 연구원장 제안을 바로 거절할까 봐 지인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주변과 의논하고 고민하고 나서 제안을 받아들였고 며칠 뒤 도지사와 만났다.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심경과 수락 이유는?

△연구하는 게 내 전공이다. 할 수 있는 일이고 익숙한 일이라서 수락했다. 연구기관 경험도 있고 현실 감각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제 기능을 펼치도록 도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경남대 교수직에 몸담았다. 총장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는가?

△당연히 논의했다. 연구원장 임기에는 휴직을 하기로 했다. 연구원장이 경남대에서 나온다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듯했다. 내 성격이 조금 직선적이다. 총장께서 그 부분을 걱정했는지 혼자 밀어붙이지 말고 주변 사람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서 일하라고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는지.

△아이들은 연구원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고, 주변에서는 주로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아내는 학회 일과 연구원장 일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라면 학회 일을 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연구원장은 임기 3년에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어떤 권한이 있는가?

△차관급 대우라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어떤 권한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때 실무자들이 자리 배치할 때나 신경이 쓰일까? 학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의전은 불편하다. 불필요한 격식은 상상력을 옭아맬 뿐이다.

-조직 구조나 구성원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가?

△형태 변화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실질적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운용 방법은 고민할 것이다. 연구원들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이곳 분위기를 아직 잘 모르지만, 각자 연구에만 매진하고 소통에 소홀한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은 간혹 세밀하지 않은 여론조사나 자료를 근거로 지나치게 경남도 정책 합리화를 뒷받침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이 같은 불신을 없애려면?

   
 
△연구원이 원래 정치적이지 않다. 그런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 도지사도 일을 맡기면서 따로 주문을 한 게 없다. 정치인도 아닌데 소신껏 일하라고 말씀하시더라. 도 정책에 연구원이 알아서 맞춰가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연구원들은 연구원이기 전에 학자다. 학자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 되겠는가. 그럴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나 연구과제는?

△특별한 연구 과제라기보다… '지성의 상징'이 되고 싶다. 너무 거창한가? 연구원과 연구원장이라면 지역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답을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답에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지사 생각이나 도 정책 방향이 원장 소신과 어긋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략이 다를 수는 있다. 도지사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을 할 것이다. 나는 연구를 하면 된다. 역할 분담을 분명하게 할 것이다. 그래도 기본 철학은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일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마산·창원·진해 지역이 창원시로 통합됐다.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은?

△물질적으로는 창원이고 정신적으로는 마산일 것이다.

-4대 강 사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보기에 4대 강은 운하와 다를 게 없다. 강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살리지도 못할 것이다. 가치관을 모두 빼고 사업성만 봐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강 주변 개발로 지금 공사 비용 이상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남 산업 구조는 제조업 중심이다. 산업 구조 변화가 필요할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이 더 잘한다. 중국이 자본이 많아서 좋은 기계 사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숙련·아이디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남 제조업, 특히 기계 분야에서 기술과 숙련도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아이디어 생산과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금융·서비스·문화)은 취약하다. 이 부분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약력

-1952년 9월 21일 대전 출생
-경기고 졸(71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78년)
-동대학원 사회학과 졸(80년)
-미국 UCLA 사회학박사(8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80년)
-국민경제제도연구원 기획실장(89년)
-경남대 사회과학부 조교수·부교수·교수(90년)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2004~2005년)
-경남대 심리사회학부 사회학 교수

◇저서

△노동자가 만난 유령:자본과 기술 △노동자가 빠진 수렁:국가와 시장 △마산에서 본 세계 △미래사회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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