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형태 매매 여전…단속강화, 적발건수 급증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 모(여·39·마산시 자산동) 씨는 저녁때 아이를 데리고 운동하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산 3·15 기념탑 인근 신포동 성매매 집결지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것을 목격했다. 한 씨는 초등학교 인근에 아이에게 유해한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마산의 구 모(25) 씨 역시 신포동 성매매 집결지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야간에 친구나 주변 친지가 구 씨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성 매수자와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을 마주칠까 걱정이다.

23일로 2010년까지 성매매 집결지를 모두 폐쇄하겠다며 성 매수자, 업주 등의 처벌을 강화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됐다. 하지만, 이처럼 경남에서 유일한 성매매 집결지인 신포동은 주택지 인근에 건재하다. 성매매 관련자는 성매매 집결지의 업소와 숫자는 줄었지만, 영업 형태는 음성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찾아간 성매매 집결지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은 특별법 시행 이후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과 성 매수남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매매 여성인 ㄱ(28)씨는 "특별법 시행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업소 수도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인 ㄴ(57)씨도 "경기가 어려워진 탓일 수도 있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찾아오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하는 여성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나도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만 갈 곳이 없어 아직 여기 있다"고 했다.

마산YMCA 부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특별법 시행 이후 업소와 성매매 여성 수가 줄었다. 2004년 법 시행 직후 45개이던 업소 수가 2009년 현재 40곳으로 다소 줄었다. 특히, 성매매 여성 수는 2004년 법 시행 전 300명이었다가, 올해는 15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성매매 집결지 업소 수가 줄었다고, 성 매수자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성매매와 관련해 1254회에 걸친 단속에 남성 1557명, 여성 390명 등 총 1947명이 검거됐다. 이는 지난 2004년 같은 기간 120회 단속에 남성 259명, 여성 129명 등 총 388명이 적발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마산 신포동 성매매 집결지 업주 모임인 '육삼회'의 전 총무는 "성매매 여성을 많이 만났다. 이들 중에는 배운 게 적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집결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단속으로 집결지를 떠나도 관련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을 종종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을 돕는 단체는 성매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성 구매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돕는 데서 찾고 있다.

마산YMCA 부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박선애 소장은 "특별법 시행 이후 집결지 위주에서 산업형의 형태로 성매매 형태가 방법상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성매매 감시를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성 매수자가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성매매는 사실상 근절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각종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가 전면에서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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