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나타난 쓰나미의 모습은 사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되었다. 하지만 지질학자인 주인공이 내뱉고 있는 쓰나미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의 대사는 과학적으로 매우 타당한 것이다. 쓰나미의 시각적인 효과에 사로잡힌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말로 내뱉고 있는 전문적인 설명이 다소 생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했던 배우조차도 전문용어가 어려워 NG를 40번이나 냈다고 토로할 정도다.
<해운대>에서 표현하고 있는 쓰나미는 너무 공포스러워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과연 이런 일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을까? 그리고 수십 미터에 이르는 물기둥이 해안으로 밀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쓰나미를 미리 예측하여 피해를 줄일 수 없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음에 틀림없다.
자연재앙 영향 과소평가 할 수 없어
쓰나미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는 해저에서 일어나는 화산폭발, 지진, 사태 그리고 드물게는 운석의 충돌 등이 있다. 영화 속의 쓰나미는 해저지진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모든 해저지진이 쓰나미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해저지진에 의한 쓰나미의 발생률은 10% 남짓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지진에 쓰나미가 수반되는지는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쓰나미를 발생시키는 지진이 항상 강한 것도 아니다. 비록 그 강도가 약하더라도 지진으로 말미암은 땅의 진동이 해저에서 사태를 유발시키면 엄청난 쓰나미를 만들 수 있다.
쓰나미는 우리가 흔히 바다에서 보는 풍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풍랑은 바람에 의해 물이 해안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물은 위아래로 움직일 뿐이며 에너지가 앞으로 전달되는 현상이다. 반면 쓰나미는 큰 에너지를 가진 물덩어리가 해안으로 밀려오는 현상이다. 그리고 쓰나미의 이동 속도는 수심에 관계한다. 수심이 4,000미터인 대양에서 쓰나미의 속도는 시속 약 700킬로미터, 즉 제트여객기의 속도에 맞먹는다. 쓰나미가 수심이 얕은 해안에 도달하면 속도는 느려지지만 대신 해저와의 마찰로 인해 물기둥의 높이는 높아진다. 1971년 일본 류큐열도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경우 해안가에서 높이가 무려 85미터나 솟구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004년 인도양의 쓰나미를 돌이켜보면, 단 한 차례의 대규모 자연재해 앞에서 세계 각국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을 정도였다. 또 다른 재앙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재앙에 대해 적지 않게 경고했지만 그 때마다 허공의 메아리로 되돌아 왔다는 사실이다.
경고 메시지 귀담아듣고 대비해야
쓰나미뿐만 아니라 지진, 화산폭발, 기후 변동 등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인도양의 쓰나미와 중국의 쓰촨지진을 비롯해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앙들은 어쩌면 자연이 오랜 기간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인류가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지진과 화산이 빈번한 환태평양 조산대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비록 태평양 쪽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화산활동의 직접적인 피해가 일본에 집중되더라도,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영향권에는 노출되어 있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또 1983년과 1993년 동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말미암은 쓰나미의 피해를 우리도 경험한 바 있다.
/좌용주(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좌용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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