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희생자에게는 조의를 표하면서, 창녕 '화왕산 산불참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방'이라는 이유로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필요하면 지방민의 의사가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곧잘하면서 지방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에 대해선 위로의 말 한마디도 아끼는 것이 옳은 태도인가.

청와대는 지난 10일 대통령이 호주의 산불과 관련해 호주 총리에게 위로 전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명하고, 총리의 리더십 아래 조속한 산불 진압과 신속한 피해 복구가 이뤄지길 기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9일 대보름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에서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4명이 죽은 것을 포함해 70명 가까이 화마에 변을 당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화왕산 참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브리핑이 없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화왕산참사'에 대한 정부 측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에 대한 논평은 따로 없다. 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무슨 희한한 답변인가. 대한민국이 서울빼면 다 지방인데 지방 일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니, 말할 가치가 없다는 건가, 아니면 지자체의 독립성을 인정하므로 일일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독립성 인정이라면 좋은 의미겠으나 남강댐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태도만 봐도 이는 아닌 듯하니, 청와대가 또 하나의 계급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화재참사에 대해서는 위로를 보내면서 국내의 산불 참사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피해규모면에서 호주와 창녕참사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고의 경중을 가릴 수 없다. 호주에 위로전을 보냈느니 어쨌느니 말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왕 할 거라면 자국민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을 것이다. 유난스레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듯 보여주기식 언행을 하면서 졸지에 화마에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청와대를 보면서, 지방민은 이래저래 아주 언짢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