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대책위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회…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왜 재협상만이 대안인가' 주제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회의가 10일 오후 서울의대 함춘회관 3층 강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왜 재협상만이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우희종 서울대 교수
= "추가 협상은 정부가 말장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수입업자가 원하지 않는 한 들여오지 않는다'를 '수입하지 않는다'로 바꾸어 선전했다. 참으로 부끄럽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원산지표시제도와 검역대책강화로 요약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대책은 불완전한 수입위생조건을 대치할 수 없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회의가 10일 오후 서울의대 함춘회관 3층 강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왜 재협상만이 대안인가'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협상은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말장난에 불과하며, 정부는 가능하지도 않은 안전대책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추가협상을 통해 얻어낸 성과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입유보 △SRM부위인 뇌, 척수, 안구, 머리뼈 수입 제외 △품질보증제도(QSA) 시행 등을 꼽고 △원산지 표시 확대 △해동 및 조직검사 등의 안전대책을 함께 내놓으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우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협상만이 대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추가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논의에서 한국이 문제를 얻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보는 말 그대로 잠정유보에 불과하지만 미 연방법원은 미국과 동일한 조건의 광우병 통제국, 캐나다로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판결을 내렸다"며 "미국조차도 한국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 교수는 "현재 30개월이라는 기준을 통해 SRM 부위 수입여부가 결정되는데 미국은 수의학 해부교과서에도 연령 추정에 신뢰성이 없다고 명기된 치아 연령 판별을 통해 월령을 구분하고 있고, 허술한 미국의 이력 추적·도축 시스템을 볼 때 무증상 감염우를 걸러낼 수도 없다"며 "정부의 안이한 자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회원국은 관련 국제기구로부터의 정보 및 다른 회원국이 적용하는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정보를 포함, 그에 근거해 잠정적으로 위생 또는 식물 위생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된 WTO 위생 및 검역협정(SPS) 5조 7항을 들며 "정부는 SRM 자체 규정조차 없는 OIE 기준이 아니라 EU의 규정을 참고해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같은 조항을 몰랐다면 무능한 정부로 인해 자국민이 위험에 노출된 것이고, 알았다면 정부가 미국의 대변인 노릇을 한 것이다. 자연과학자인 나조차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이 조항을 통상 전문가인 이들이 몰랐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도축 작업장에서 시행하는 QSA의 허점을 지적하는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9일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한국 수출 쇠고기에 대한 식품안전검사국(FSIS) 규제안을 근거로 정부가 주장하는 추가협상 성과를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FSIS 공고문을 보면 미국 도축장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을 한국에 수출할지에 대한 문제는 이들 사업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해당 제품에 대한 미국 농무부의 개별 심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수입된 쇠고기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간접 보증한다고 표현했지만, FSIS의 공고문을 보면 해당 제품이 30개월 미만이라는 것을 QSA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도축장에서 표기한다"며 "이는 과거 미국 정부가 수출위생증명서(SOV)를 발부할 때보다 후퇴한 조치다"라고 비판했다.

또 송 변호사는 "다른 문제는 미국 도축장의 자율적인 관리, QSA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제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미국 도축장들이 확인하는 기준이 불분명한 치아 감별법인지, 이력추적제인지에 관한 핵심적 문제를 정부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 농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개별적으로 30개월령 이상, 미만 기준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은 QSA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것'임을 증명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가 과거 수출위생증명서(SOV) 발부 때보다 후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송 변호사는 "미국 농무부가 10일 발표한 한국 수출 작업장 30곳 중 최근 맹독성 대장균인 O157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작업장인 '네브래스카 비프'도 포함돼 있다"며 "지금은 이 작업장에서 생산되는 분쇄육이 당장 수입되는 긴박한 상황이니 우리 정부는 위생검역협정 권한을 이용해 이 작업장에 대한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인 원산지 표시대책과 해동 및 조직검사 등에 대해 "애당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우 정책실장은 원산지 표시대책에 대해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한다지만 1000명의 단속인력으로 식당과 정육점 등 108만 곳을 단속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산지 표시대책은 이력추적제의 부분으로 생산-도축-가공 단계에서 이력추적제가 완비되지 않은 이상 식당 주인들이나, 음식점 업자들이 원산지를 알 방도가 없다"며 "전체 사육두수의 10%만이 이력추적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 상, 원산지 표시제 강화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SRM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일부 부위에 대한 해동 및 조직검사 강화 조치도 마찬가지.

우 정책실장은 "2003년 수입기준으로 혀만 해도 900톤, 내장은 3만6000톤인데 이를 부분적으로 해동하여 조직검사한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1000배 가까이 검역 직원을 늘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3500원 짜리 소 창자를 검사하기 위해 15만원을 들이는 황당한 일을 도대체 왜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그는 "추가 협상에서 머리뼈, 뇌, 안구, 척수 등이 SRM은 물론 식품위해요소로도 규정되어있지 않아 반송은 할 수 있어도 수입중단조치가 불가능하고, 소량의 머리뼈와 척수 등은 허용해 볼살이나 머리살, 티본스테이크나 갈비 등에 이들이 붙어 있어도 반송조차 할 수 없다"며 "애초의 수입위생조건이 잘못된 이상 어떤 안전대책을 내놓더라도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G8 정상회담 때 부시 미 대통령에게 미-콜롬비아 FTA 처리와 함께 한미 FTA를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이 정부가 얼마나 엉터리 정보에 기초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미국-콜롬비아 FTA의 경우 미 의회가 표결을 통해 90일 내에 처리해야 하는 무역촉진권한(TPA) 적용을 배제해버려 언제 미-콜롬비아 FTA가 비준될 지 아무도 모른다"며 "만에 하나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이기더라도 미 상하 양원은 민주당이 장악할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한미FTA를 처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 교수는 "FTA 처리에 필요한 최소 회기 일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FTA 부시 임기 내 처리는 완전히 불가능하다"며 "결국 한미FTA 비준이 되지 않는다면 그를 위해 졸속으로 처리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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