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 한국 신극 100주년을 맞는 올해, 연극 도시로의 명성을 찾고자 친일 극작가인 유치진의 호를 딴 '동랑희곡상'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치단체 보조금으로 치르는 행사에 친일인사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가칭)는 오는 6월 통영시민문화회관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서 '2008 통영연극예술축제'를 개최한다. 주요행사 내용에 '동랑희곡상'이 포함되어 있다. 동랑희곡상은 90분 안팎의 공연 가능한 창작희곡을 응모 받아 심사를 거쳐 선정한 대상 1편에 1000만 원을 시상하고, 그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어 다음해 통영연극예술축제 무대에서 공연하게 된다.

유치진의 친일행적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제 말기 <흑룡강> 등의 친일작품을 직접 썼고, 조선총독부의 지시에 따른 연극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1948년 김구 선생의 지시로 작성된 '친일파 263인' 명단에 포함되었다. 2005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에 유치진을 포함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부가 1991년 '4월의 문화인물'로 유치진을 선정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대로 취소되기도 했다. 유치진의 친일 행적은 통영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1990년 통영문화재단에 의해 남망산 기슭에 세워졌던 유치진 흉상이 1995년 자진철거되었던 것이다.

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창석 벅수골 대표는 "유치진이 친일을 한 것은 명백하지만 한국연극계에서 유치진을 빼면 연극사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친일행위가 공과상쇄론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려고 하는 것은 그런 행위의 반복을 방지하고자 하는 역사적 교훈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친일잔재들이 여전히 한국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미래는 없다.

친일행위가 명백한 사람을 기념하는 '동랑희곡상' 제정도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그런 행사에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통영시는 즉시 지원을 취소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