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부부 어려움 묻기보다는 조화로운 삶 고민을"
"국제결혼 전 3개월 이상 대상자 언어 배우게 해야"

   
 
 

농·어촌에서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 남성이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출신의 여성들과 부부의 연을 맺는 형태다.

도내의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비율이 높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건수는 2001년 472건에서 2005년 1636건으로 3.5배 정도 늘었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국제결혼에 따라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의 생활에 대해 어느때 보다 관심이 높다.

"이주여성은 같이 살아가는 이웃"

4년 동안 이주여성들의 문제에 천착해온 사단법인 창원여성의전화 이주여성지원팀장 양희영 씨(35·창원시 사림동)를 24일 창원시 신월동 토월복합상가 창원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흔히들 국제결혼 하면, 농촌 지역 남성은 능력이 안돼서, 젊은 외국인 여성들은 돈 때문에 왔다고들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이 이들에겐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결혼을 통해 서로 더 '행복해지기'를 꿈꾸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것.

"한국으로 온 많은 이주여성들을 바라볼 때, 이들이 우리와 별개의 사람들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전 이들에게 '자매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언니', '동생'하면서 바로 '내 옆집에 사는 누군가'라는 인식이 중요한 거죠."

그는 한국인과 다른 아시아 지역의 부부에서 태어난 '코시안'들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다른 한국인 부부 자녀들과 구별 지어지는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이주 여성들에게 밀착한 언론 보도가 이어져,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 부부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캐묻고 해결하려는 게 과한 것이듯, 이주여성들도 마찬가집니다. 부부 문제를 낱낱이 알려는데 치중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이를 위해 한국어 교육, 부부캠프 등의 문화교육을 하고 있다. 센터에 이주여성이나 이들과 결혼한 남성들이 한달에 보통 20명 정도 상담을 요청한다.

"문화적인 차이로 서로 오해가 생겼는데, 서로 말도 안 통하니 인식의 간극을 메우기가 힘든 겁니다. 농촌 남성이 상담하러 와서 통역자를 통해 자신의 아내에게 '나를 사랑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할 땐, 참 안타까웠습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 농촌 남성은 베트남 여성이 '밥을 안 챙겨준다', '낮잠만 잔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베트남 여성은 가정에서 각자 밥을 알아서 챙겨먹는다든지, 더위로 인해 일찍 자고, 새벽에 활동한다든지 하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그런 겁니다. 한순간에 모든 생활을 바꿀 수는 없는 거죠."

그는 지금 사설 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이 이뤄지고 있는데, 국제결혼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위 국제결혼을 보면, 결혼을 원하는 남성이 1400만원을 마련해 업체에 수수료를 건네는 형탭니다. 돈을 건네고 며칠 만에 후딱 여성을 선택해 결혼을 하는데, 결혼을 하려면 3개월 이상 국제결혼 대상자의 언어를 배우게 하는 등의 요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여성을 '일꾼' 혹은 '섹스 도구'로 보는 인식에서 자유로우려면, 그런 부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양 팀장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는 결혼 성사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금을 고스란히 결혼정보업체로 주게 되는 형태입니다. 지원금을 정착할 수 있는데 쓰게 한다든지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국제결혼을 위해서는 허가기관을 통해 3개월 이상 있어야 결혼이 가능한데, 이를 무시하고 결혼 성사에만 매달리게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국가가 불법을 조장하는 꼴입니다."

그는 또 앞으로 꾸준히 이주여성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자녀들 역시 태어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이들을 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결혼은 국가와 국가간의 결합입니다. 이주여성들의 자녀들이 늘어나는데, 집단화된 이들에 대해 배타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라면, 나중에는 큰 소요사태가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한국 사람이 낯선 외국에 나갔을 때, 얼마나 위축되는지를 떠올려보세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서로 힘들 겁니다. 이주여성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맞아요?'라고 묻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 우월한 태도를 취해서는 곤란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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