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봉쇄 고공농성 취재막아 기자들 거센 항의

“사장님도 참석하시는 큰 행사가 있어 오늘 하루는 공장 내에 기자들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GM대우 창원공장이 비정규직 노조 간부의 고공농성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의 출입을 아예 통제해 기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 22일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 굴뚝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막아서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 회사 용역업체와 GM대우 직원들은 22일 낮 12시 30분께 GM대우 비정규직 지회 소속 권순만 지회장 등 2명이 철탑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자 보도매체 기자들의 공장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낮 12시 50분께 GM대우 창원공장에 도착하자 평소와 달리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GM대우 직원 10여 명이 정문에 배치돼 있었다. 급히 취재를 위해 달려온 기자들은 “평소에는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왜 안되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정문을 담당하던 회사 관계자는 “오늘은 공장 내에 사장님도 참석하시는 큰 행사가 있어 그렇다. 이해해달라”며 얼버무렸다.

기자들이 사무실 안에 있는 GM대우 홍보관련 직원들에게 전화를 하자 그제야 이 관계자는 “회사의 방침이다. 어차피 좋은 것도 아닌데, 굳이 기사가 나갈 이유가 있겠냐”며 돌아가 줄 것을 요구했다.

▲ 권순만 지회장과 오성범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동료 노조원들이 피켓을 걸며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GM대우의 또 다른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오늘 닉 라일리 사장이 참여하는 경영설명회가 오후 8시까지 잡혀있었다. 굳이 굴뚝 점거농성이 아니라도 내부 보안문제가 있어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조합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기자들이 공장 내 출입을 할 수 있도록 노조에 협조를 구하자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행사가 있는데, 오늘 하루만 협조해 달라”고 완곡하게 돌아가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40분께 정규직 노조 방문을 위해 찾아간 세 명의 기자들은 순순히 출입시켜준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비정규직 지회가 고공농성에 돌입하자마자 서둘러 기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켜 의도적으로 취재를 막았다는 추측을 낳았다.

결국 미리 소식을 듣고 굴뚝점거농성 전에 공장 안으로 들어간 <경남민중의 소리>와 <경남도민일보> 기자 3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현장취재를 포기하고 오후 2시께 발길을 돌리거나 멀리서 철탑만 바라봐야 했다.

“사장참석 행사때문”

이후 정규직 노조는 오후 3시께 KBS 촬영 팀을 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날 철탑고공농성은 비정규직 지회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나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조차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

고공농성중인 GM대우 비정규직 지회 권순만 지회장은 “며칠 전부터 용역업체 직원들이 우리 지회가 굴뚝점거농성을 할 것을 예측해 굴뚝 근처에서 24시간 감시했고 굴뚝 주위에 철조망도 설치했다”면서 “여기에다 오늘 사장까지 공장을 방문하는 날이 돼 사측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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