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무죄 확정 ‘삼재’ 끝내고 국회 ‘재수’ 장고

▲ 28일 서울 목동 집에서 강삼재 한나라당 전 의원이 무죄 판결을 전해들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과연 2003년 9월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할까. 대법원으로부터 ‘안풍’사건 무죄 확정 선고를 받은 강삼재 전 의원. 강 전 의원의 정계복귀 여부가 지역정가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정가는 그가 명예회복을 위해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복귀한다면 그는 도지사 쪽을 선택할까, 아니면 국회의원 쪽을 택할까.

△ 정계복귀 여부 = 지역정가는 복귀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 전 의원이 안기부 자금을 빼돌려 95년 총선을 치렀다는 ‘안풍’사건에 대해 무죄확정 선고를 받은 만큼 명예회복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가 “명예회복 위해 정계복귀 가능성 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강 전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강 전 의원 자신도 정계복귀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 전 의원의 대법원 선고 직후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8일 대법원 선고 직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먼저 찾아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 이날 오후 곧장 마산으로 내려와 29일 오전에는 구암동 3·15국립묘지와 선영을 참배했다. 이는 2003년 정계은퇴 선언을 했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앞으로는 공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무죄로 결론났기 때문에 앞으로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며 “정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인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오늘부터 고민하겠다”고 말해 정계복귀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2003년 정계은퇴 선언을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갚라는 질문을 받고 “영원히 공인의 길을 포기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는갚라고 답변한데 이어 “장담하지 않겠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에 미력하나마 헌신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 도지사냐, 국회의원이냐 = 강 전 의원의 정계복귀 가능성이 높다면, 도지사와 국회의원 중 어느 쪽을 발판으로 삼을지도 관심거리다.

내년 5월31일 치러지는 도지사 선거 출마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강 전 의원은 내년 선거까지는 8개월여 밖에 남지 않아 자신의 사조직인 ‘회원여성정치아카데미’ 외에 도내 전체 조직력을 갖추기는 어려운데다, 그의 말처럼 2001년 기소된 후 지난 5년동안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명예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8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 이 일이 아니었으면 나는 6선 의원일지도 모른다”고 말한 부분을 보면 6선 의원에 미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역구는 어디일까. 자신의 지역구인 ‘마산회원’ 지금의 ‘마산을’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안홍준 의원에게 넘긴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선 내년 하반기나 2007년 상반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마산갑’ 국회의원 재선거를 정계복귀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역 넓은 도지사보다 마산갑 재선거 노릴듯

도지사 선거처럼 넓은 지역조직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같은 마산 지역구라는 점 때문이다. 또 당내에서 강 전 의원에 맞설 인물이 많지 않은 것도 주요 분석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마산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주요 인물은 황철곤 마산시장 정도. 그러나 강 전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황 시장은 당내 경선 등을 고려해 시장선거에 재출마,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세를 그대로 등에 업을 수 있을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난 28일 논평에서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무죄를 입증한 강삼재 전 의원의 용기와 결단력에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히며 지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6선급’인 강 전 의원의 무게는 정치 입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당 중진들에게 그만큼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번 재선거 공천에서 밀리긴 했지만 홍사덕씨의 당 복귀에 대해서도 중진들이 공천 과정에서 분명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 강 전 의원과 안풍사건 = 1985년 당시 최연소인 32세의 나이로 12대 국회에 입성해 5선 의원을 지냈으며, 통일민주당 대변인과 민자당 정세분석실장, 신한국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부총재를 역임했다.

DJ계열인 김상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이후 민주계로 들어가 YS의 지원아래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이끌던 1998년에 강재섭 의원과 함께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당권을 노리다 결국 2000년 총재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강 전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안기부 자금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이른바 안풍사건으로 2001년 기소됐으며 2003년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받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이 문제의 자금은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YS의 비자금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돈을 건넨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사실상 안풍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 전 의원은 그동안 경남대에서 행정대학원 특강을 전담하는 석좌교수로 활동 것 외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박영수·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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