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밀양지역 고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진주와 거창에서도 중학생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 시민들은 교육당국의 대책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한 유관단체는 지난 사건에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지 않고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교육감의 퇴진을 거론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은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교의 부실한 성교육에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성교육 수업을 늘리고, 교육청을 강력하게 문책하며, 관련위원회를 신설하면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인가. 물론 부분적으로라도 효과가 예상된다면 그러한 조치들을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은 성교육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는 온갖 문제를 학교를 통해 해결하기를 기대하지만 학교와 교육이 만병통치약일 수 없다. 갈수록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학교를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했다고 동네북으로 만든들 무엇하겠는가.

성폭력 예방은 학교의 성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기관의 깊은 연구와 지역사회의 구체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이 중요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수사기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 및 민간단체로부터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가 모든 교사들에게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 학교에서 간혹 사건 은폐나 축소가 시도되는 것은 사건의 합리적 해결과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역할을 가지고 우왕좌왕 하기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건이 터지면 교육청은 진상조사로 요란스럽고, 학교는 성교육 실적자료를 쌓아놓고 책임을 면하기에 바쁘다. 이런 대처는 희생양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현실을 개선할 수는 없다. 연이은 사건에서 교육감의 잘못은 관련자를 문책하지 않은 것보다 늘 해오던 교육청의 관습을 벗어나지 못한데 있다. 교육청은 성폭력 예방을 교실 속 성교육에서만 찾으려는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

/논설위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