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중생이 생을 다하면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고 말한다. '윤회' 사상은 자연 섭리와 다름이 없다.생을 다한 육체가 땅에 묻히면 시간이 지나 비옥한 토지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생명의 ...
어제의 호기는 어디로 갔을까. 걱정이 앞선다.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다. '겨울 설산은 덕유산'이라는 선배의 말에 무턱대고 오른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도시의 기온은 점점 오르고 있지만, 산은 아직 하얀 겨
1920년대 초반 진주 옥봉동에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던 한 백정 출신 재산가가 있었다. 노골적인 신분 차별에 번번이 입학을 거절당한 재산가는 한 청년 운동가를 찾아간다.재산가의 이름은 이학찬, 운동가의
가끔 죄다 지긋해서 어디 조용한 곳 없나, 기웃한다. 열에 아홉은 어딜 가도 사람, 또 사람이어서 문밖으로 나가길 포기한다.교외로 나가려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데, 도로에서 쌓을 분노를 생각하면 엉덩이 들
숨었던 가을이 고개를 치켜든다. 나 좀 봐달라며.합천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은 한창 가을이다. 깊은숨을 몸 안으로 들여보내면 내 몸도 곧 가을에 물든다. 도시인은 접하기 어려운 맑은 공기. 삼림욕을 하기에 안성...
통영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간 항구다. 문득, 시인 김광규의 시 '밤눈' 어느 구절이 떠오른다.'눈이 내려도/바람이 불어도/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바다와 육지가 서로 껴안은 풍
소년은 잔뜩 들떴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길이다. 기대감으로 얼굴 근육이 자꾸 춤을 춘다.창원 마산만, 나직하게 솟은 섬에 배가 닿는다. 앞서 걷는 아버지의 트렌치코트,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던 어머니의 ...
주객이 전도했다는 말이 맞겠다.함안군 칠원읍 무기마을은 공장 사이에 끼어 숨을 쉬기 어려운 모양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는 대형 화물차가 점령했다.분명히 들어서기는 마을이 먼저고, 공장이 나중인데 말이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상북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삼층석탑이 있다.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6호 '봉림사지 삼층석탑'이다.난데없이 오래된 석탑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원래 석탑은 봉림동
외롭지 않은 섬. 지심도 선착장에서 받은 인상이다.12월부터 피어 4월 하순께 꽃이 뚝 하고 통째 떨어진다는 동백나무가 빽빽하다.거제 일운면 지세포리에 속하는 지심도는 동백으로 유명하나, 전부는 아니다.소나
새의 어깻죽지에 도선이 닿는다. 거제 대금산에서 보면 학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어서 학섬이라 불렸다는 섬.멸치잡이 권현망이 들어와 마을이 부유해졌고, 바닷물이 이롭다 하여 지금은 이수도라 불리는 섬이...
'섭씨 35도.' 국도 5호선을 따라 창녕읍으로 가는 길. 바깥 온도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걷는 날을 잘못 택한 듯하다.그나마 국도 5호선이 여러 고속도로와 노선을 공유하는 덕분에 교통량이 적어 가는 길이 ...
새벽께 비가 내렸다. 갈라진 토양 사이로 찔끔 스며든 빗물이 지독한 목마름에 얼만큼의 위안이 될는지.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은 종일 짙은 회색빛이다. 모처럼 걷는 날 햇빛이 없어 다행이지만, 비를 쏟아낼까 말까...
'휘슬소리 끊으며/전라행 막차는 가고/목이 긴 내 그리움도 그때/창백한 진주로 간다//상좌처럼 기다리던 사람이 개찰을 하면/마가목 우듬지 저녁별 머리 이고/머물던 기억들 하나씩 기차를 타고 떠난다//허물어져
거제 장평동에 최근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 건물이 보인다.49층짜리 건물은 조선업 경기 악화 흐름과 무관하다는 듯 하늘을 찌르고 섰다. 주변 풍경은 거대한 마천루에 눈길을 빼앗겨 더욱 생기를 잃는다.장평동에서 ...
마산상업고등학교, 지금은 마산용마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어느 흉상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194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60년 옛 마산상고에 입학한 김주열 열사의 흉상. 그는 고등...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산책이 시작됐다.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사는 동네, 창원시 의창구 의창동이다.300m 가까이 걷자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2002년 9월 도계동으로 교사를 옮기기 전까지 창원중·고...
통영 서호시장 입구를 등지고 서면 멀리 벼랑이 보인다. 통영성 세병관 서쪽, 시가지에서 높은 지대를 이루고 있어 형성된 벼랑이라 서피랑이다.이미 많은 발길이 오간 곳이지만 걸어보기로 했다. 소설가 박경리(19...
'한국적'이란 말은 무엇인가. 한국에 고유하거나 알맞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적 현대건축은 무엇일까. 해답을 찾고자 진주로 향한다.진주교에서 진양교 방향으로 걷는다. 남강변에 현대 건축물이 보인다. 한눈...
기차는 오지 않는다. 머리는 알고 있다. 쿵쾅하며 철길이 울린다. 재빨리 고개가 뒤로 돌아간다. 분명 기차는 없다. 햇빛에 반짝이는 철길만 있을 뿐이다.창원시 진해구 해군통제부 입구 근처 철길에서 아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