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 시행계획 내용을 살펴본 수험생들은 여러가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4월 수등 9등급제 도입 방침을 내놓으면서 성적표상 모든 점수에 소수점을 없애겠다던 평가원의 발표와는 달리 원점수에 소수점을 표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 대표적인 의문사항이다.

소수점을 살리는 것이, 수능을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토록 한다는 방침에서 크게 물러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아예 소수점이 나오지 않도록 문항당 배점을 정수로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지 등의 궁금증도 생긴다.

또 수등 등급에 따라 대학 지원자격이 생기는데 등급간 경계점에 속한 동점자는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관심거리다.

아울러 지난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던 평가원이 어떤 보완책을 마련했는지, 해마다 시험 문제지를 회수하는 것도 출제에 자신이 없거나 정답시비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들을 문답풀이 형식으로 알아본다.

-수험생에게 제공하는 성적표에 원점수를 표시하는 이유는.

△원점수는 `수험생이 정답을 맞힌 문항의 배점을 합산한 점수'로, 점수를 변형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점수이므로 수험생이 실제로 얻은 점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성적표에 원점수를 소수점까지 표기한다.

단, 대학에 제공하는 성적자료 CD에는 원점수를 정수로 제공해 소수점 사용을 억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원점수의 소수점을 계속 살린 상태에서 백분위 점수,표준점수, 변환표준점수 등을 구하기 때문에 원점수를 반올림해 정수로 표기할 경우 원점수가 같더라도 백분위 점수, 변환표준점수, 등급에서 차이가 날 수 있어 수험생 및 학부모에게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 수험생이 과학탐구영역에서 각각 47.0점, 46.5점을 받았을 경우 원점수를 정수로 표시하면 똑같이 47점이지만 백분위 점수 및 등급까지 다를 수 있다.

더 극단적인 예로 원점수를 가공한 400점 기준 변환표준점수로 수험생의 종합등급을 결정하는 이번 수능 9등급제 하에서는 성적표에 표시된 총점이 낮은데도 등급은 높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즉, A수험생이 5개 중 4개 영역의 변환표준점수를 각각 00.50씩으로 받아 턱걸이로 반올림을 받고 B수험생이 4개 영역별 변환표준점수를 대부분 00.90으로 여유있게 반올림을 받는 상황에서 A가 어느 한 영역에서 00.90, B가 역시 어느 한 영역에서 00.40을 받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소수점을 살린 상태에서 더한 변환표준점수 총점은 B수험생이 당연히 높지만 소수점을 반올림한 상태에서 표기되는 성적표상 영역별 점수를 단순합산하면 A학생의 총점이 높게된다.

특히 이 두 수험생이 등급간 경계점에 있을 경우 성적표상 영역별 변환표준점수 단순합계가 낮은 B수험생이 상위등급으로, 단순합계가 높은 A수험생이 하위등급으로 표시될 수 있어 수험생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점수만이라도 소수점을 표시해 사전에 시비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는 원점수에서도 소수점을 반올림한 점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능을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게 한다는 대원칙은 유지된다.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 9등급제 도입 발표때에도 이런 문제점을 발견했지만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주는 성적표만 믿으면 된다'는 논리로 강변했던 바 있어 정책 일관성 결여라는 비난은 감수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문항의 소수점 배점을 정수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는.

△소수점 배점을 정수 배점으로 전환하면 문항당 배점 및 문항수가 달라져 시험체제를 전반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므로 일선 학교의 심리적 부담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소수점 배점을 유지했다.

-등급간 경계점에 있는 동점자는 어떻게 처리되나.

△당연히 상위등급으로 기재된다. 1·2등급 경계점에 동점자가 100명이고 2·3등급 경계점에 동점자가 60명이 나온다면 1등급을 받는 수험생수는 100명이 늘고 2등급을 받는 수험생수는 40명이 줄게 되는 셈이다.

등급별 수험생수가 다소 변동이 있더라도 1등급이 전체 수험생수의 4%, 2등급 7%, 3등급 12% 등의 등급내 수험생 수는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보완책은.

△지난해 사회탐구와 제2외국어 영역에만 현직 고교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포함시켰으나 올해는 전 영역에 1~2명씩 포함시킨다.

이는 출제위원이 대학교수 위주로 구성돼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언어영역 점수가 높아진 것은 교과서 지문 출제비율이 높고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정형화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개발도 주력한다. 수리탐구Ⅰ에서 문제가 됐던 역배점도 올해는 없앤다.

평가원 연구진을 총동원해 최근 3년간 수능 기출문제의 유형과 난이도를 분석중이다.

△문제지는 왜 회수하나.

-수험생이 작성한 OMR 답안지에 오류가 있는 경우 채점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문제지를 회수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문제지 확인을 통한 오류정정이 500여건이나 됐다.

답안지 문형 표기를 잘못하거나 결시자 표기란을 잘못 표기하는 경우, 결시자로 표기된 답안지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답이 표기돼 있는 경우, 심지어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안쓴 경우 등 갖가지 오류 유형이 있다.

출제에 이상이 있는 것이 발견되거나 정답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선의의 수험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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