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에는 마땅히 해수욕을 할 만한 곳이 없다. 다만 수치 해안에서나 해수욕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나절을 보낼만한 곳은 제법있다. 또한 낚시꾼들의 발길을 자꾸 부여잡는 곳이 진해다. 가덕도가 가까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거제까지도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해에서 가볼만한 곳, 행암·수칟안골포·용원 등 4곳을 소개한다.


기찻길과의 절묘한 조화 ‘행암’

행암은 장천부두와 선착장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장천부두를 조금만 지나면 기찻길이 바닷가와 맞물려 있는 작은 동네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행암 바닷가다. 예전에는 자갈길이 기찻길 주위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길도 잘 닦여 있다.
행암이란 지명은 ‘갈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전설도 따른다. 옛날에 먼 길을 가던 스님이 한명 있었는데 이 곳 골짜기에서 쉴 곳을 찾던 중 수수밭 가장 자리에 널찍한 바위 하나를 발견하고는 거기에 앉아 땀을 식혔다고 한다. 그런데 스님은 장난 삼아 추수를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수숫대를 손으로 훑어버렸다. 수수밭의 주인 부부는 줄어든 식량에 걱정을 하며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가난한 농부의 식량을 망쳐놓은 스님은 죽은 후 황소로 환생해 3년동안 그 집 일을 돌봐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 덕분에 농부는 부유한 살림을 이룰 수가 있었는데 3년이 지나자 그만 그 소가 사라지고 말았다. 농부는 그 소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수수밭 큰 바위로부터 10리나 떨어진 곳까지 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갈바위란 뜻의 행암이라는 지명이 붙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곳 행암은 진해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오면 처음 만나는 곳인 만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작은 만을 형성하고 있는 해안선에서 바라보는 작은 섬들과 바닷풍경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횟집도 몇 개 있고, 게다가 해안 바로 옆에 테이블을 만들어 놓아 바닷바람 쐬며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도 있다.
아이들은 기찻길 위에서 또다른 재미를 느끼곤 한다. 어른들도 일부러 기찻길을 걸어보며 색다른 분위기에 좋아하는 표정을 쉽게 볼 수 있다. 1700m 가량 되는 이곳 해안선에는 연중 낚시꾼들이 몰린다. 봄에는 도다리와 노래미, 여름에는 장어, 가을에는 돔과 볼락, 겨울에는 농어 등의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담하고 깨끗한 바닷가 ‘수캄

행암에서 차로 5분도 안걸리는, 이웃하고 있는 수치는 진해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해안이다. 행암에서 가파른 고갯길을 하나 넘으면 수치해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원포동에 있는 수치해안은 마을로 질러 들어가는 길과 해안도로가 엇갈리지만 어느 길로 가더라도 바다 앞에서 만나니까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하다.
지금도 독특한 모양의 음식점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수치 해안의 아름다움을 대변이라도 하듯 배 모양도 있고 등대처럼 생긴 건물들도 있다. 왼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공장지대가 정반대의 풍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오른편의 마을 풍경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온다.
경사진 길을 내려가면 해안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도 줄줄이 늘어선 횟집을 볼 수 있는데 어느 곳에서 먹더라도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마을길을 계속 따라 들어가면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나온다. 그곳을 좀 더 돌아 들어가면 한적하게 해수욕도 할 수 있는 제법 너른 해안이 나온다. 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이른감도 있지만 몇몇 보인다.
수치해안은 해안마을 치고는 아주 단정한 느낌을 준다. 비릿한 바닷냄새도 덜하고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품고 있어 좋은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자꾸만 늘고 있는 음식점들이 더 이상 늘지만 않는다면 수치해안은 진해시민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한 곳이 될 것 같다.

임진왜란 해전이 빛나는 ‘안골포’

안골포는 진해에서 부산으로 가다 신라천년 고찰 성흥사가 있는 웅동을 지나 마천 주물공단 끝자락에서 국도를 벗어나 해안길로 접어들면 있는 마을이다. U자형 완만한 해안에 자리한 안골은 작은 안골과 큰 안골로 나뉜다. 청안동이 행정명칭인 작은 안골은 인가가 많이 밀집해 있고, 큰 안골에는 조선시대 군선의 소박처인 안골포굴강이 자리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의 여세를 몰아 제포진에서도 승리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해군이 이 곳 안골포해전에서도 승리를 했다고 한다. 연전연패 했던 왜군들은 여기서 완전 소탕되었다고 한다. 뒷산에 있는 안골왜성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대변하고 있는데 사실 왜군들이 쌓은 것이어서 아쉬운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U자형 앞바다에는 제법 너른 갯벌이 위치한다. 갯벌에서 조개 따위를 채취하는 아줌마들의 손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곳 안골에는 굴 껍데기 더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앞바다에서 키워내는 싱싱한 굴 맛을 보지 않고 가면 후회한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안골포 해안길을 계속 따라 들어가면 거제를 왔다갔다 하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이 곳 선착장 주위 또한 낚시꾼들을 위해 해안길을 잘 정리해놓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뒷산을 오르며 잠시 역사의 향취에 젖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진솔한 삶의 현장 ‘용원’

용원은 안골포와 바로 인접해 있다. 진해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용원은 원래 천혜의 양식어장이었으나 지금은 신항만 건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원래 조개 등을 채취하던 대규모 갯벌이 지금은 상당부분 메워져 있다.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부산 가덕도가 대한해협에서 들이닥치는 파도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어 양식장으로 안성맞춤인 곳이었는데 지금은 가덕도를 이어주는 도선장도 위치를 옮긴 상태다.
용원은 예쁘게 가꾸거나 억지로 개발을 해서 풍기는 분위기보다 바쁜 손길로 하루 생활을 보내는 어부들과 주민들의 진솔한 삶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거친 숨결과 오가는 톤 높은 소리들이 활기찬 삶의 기운을 마을 전체에 풍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갈매기들의 힘차고 아름다운 군무를 언제든 볼 수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앉아 있어도 사람들을 겁내지 않는다. 가끔씩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오히려 더 뚫어지게 쳐다보며 ‘여기가 내 땅입네’한다.
진해 끝 자락에 위치해서인지 부산 택시가 더 많이 보인다. 하지만 용원은 엄연히 진해 땅이며 경남의 일부인 것이다.
마땅히 해수욕을 할 만한 곳은 없다. 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싱싱한 삶의 현장과 상쾌한 하루를 만끽할 만한 곳으로는 충분하다. 싱싱한 회 한 점 맛보는 것도 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찾아가는 길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듯 하다. 진해 시내에서도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이기는 한데 외진 곳에 위치하다보니 자주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 다소 불편하다. 또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드라이브코스가 좋기 때문에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자가차량을 이용한다면 남해고속도로에서 마산이나 창원으로 진입을 해 장복터널을 지나 3km 정도 가면 부산 방면으로 난 2번 국도와 곧장 연결된다. 좌회전을 해서 계속 달리면 오른편으로 행암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고, 행암에서는 계속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수치, 안골포, 용원으로 이어진다. 숙박은 어디서든 용이하다. 특히 수치와 용원에는 음식점도 즐비하고 숙박시설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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