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다보면 의외로 20대 초·중반의 여성이 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지난달 초 상담소를 찾은 ㄱ여학생도 그랬다.

ㄱ양은 사귀던 남학생이 있었고 그와 관계를 가진 후 임신이 되었다. ㄱ양은 몇개월에 한번씩 생리를 할 정도로 생리가 불규칙적이어서 임신사실도 임신 6개월째 접어들어서야 알게되었다고 한다.

남학생은 아이를 낳자고 말만 했을 뿐 미래에 대한 약속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훌쩍 남학생은 임신을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입대해 버렸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ㄱ양은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절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엄마에게 알릴 수는 더더욱 없다고 괴로워했다.

상담소에서는 이런 경우 무작정 아이를 낳으라고도, 병원에 가서 지우라고 권할 수 없는 입장이다. 생명의 존귀함의 차원에서 보면 아이를 낳아야겠지만 우리나라같은 상황에서 무작정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권할 수도 없다.

아무튼 ㄱ양은 낙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미 임신 6개월이나 되어서 수술이 어렵고 비용도 더 들 수 밖에 없었다. 비용이 100만원이나 들고, 이런 수술은 며칠 병원에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꼭 알려서 의논하라고 권했다. ㄱ양은 괴롭지만 어렵게 엄마에게 털어놓아 바람직한 방법을 찾은 것으로 안다.

사회가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의식은 전통적인 부분에 머물러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젊은이들이 애정표현에 보다 개방적 사고를 가진 것 같으면서도 이는 남자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여성은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과 사랑을 구분못할 정도로 무지한 경우를 보노라면 제대로 된 성교육이 참으로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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