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병모 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새 정권의 주요 인재풀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차기 대통령 자신이 민변 창립회원인데다, 회원인 문재인 변호사와 박주현 변호사가 각각 민정수석과 국민참여 수석비서관에 내정됐다. 민주당 신주류의 핵심인 천정배 의원도 민변 회원이다.
민변의 대표인 최병모 회장은 지난 99년 ‘옷로비 사건’의 특별검사로 활약해 국민적 환호를 받은 바 있다.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사를 맡았던 강원일 변호사와 함께 한국 최초의 특별검사다.
<오마이뉴스>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법무법인 ‘덕수’사무실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민변의 이후 활동계획과, 검찰-사법부 개혁방안, 법조인으로서의 그의 삶 등에 대해 1시간 30분 가량의 인터뷰를 가졌다.
최 회장은 “민변회원들이 새 정권에서 많은 활약을 하게 된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짐이 무거운 한편,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노 당선자를 비롯한 민변 회원들이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검증된 분들이기 때문에 매우 훌륭하게 역할을 해 낼 것으로 밑는다”고 밝은 얼굴로 밝혔다.
“민변 회원들이 새 정권의 중요직책을 맡음에 따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민변이 학원, 노동 등의 시국사건 변론을 맡아오면서 비판을 주로 해왔다면, 이제는 비판 뿐 아니라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민변은 지난 6일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노무현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한 제안서’와 함께 ‘한국사회의 개혁과 입법과제’라는 870쪽의 단행본을 전달했다.
회원들 뿐 아니라 회장인 그 역시 새 정권의 초대 국가정보원장과 법무부장관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역대 민변 회장은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나 역시 마찬가지로 민변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발언하는 것이 개혁을 위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74년 사법시험(16기)에 합격, 79년부터 86년까지 청주와 제천, 인천에서 판사로 근무하다 86년 5월 10일 변호사로 변신했다. 그가 인권변호사로 나서게 된 것은 그의 개업식을 찾아온 고 조영래 변호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조 변호사의 권유로 민변의 전신인 ‘정법회’의 창립멤버로 참여했으며, 노 차기 대통령도 창립회원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민변과 민변의 전신인 정법회의 창립회원이신데, 어떻게 참여하게 된 겁니까. 민변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유신 때부터 공안사건과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아온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분들이 주축이 되고 전두환 정권 시절 시국사건 변론에 가담한 비교적 소장 변호사들이 1986년 5월 말에 ‘정법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돈명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대표)님, 고 황인철 변호사님, 홍성우 변호사님, 고영구 변호사님, 고 조영래 변호사님, 그 밖에도 김상철, 박인제, 박영일, 박성민, 안영도 변호사 님 등이십니다.
- 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물론이고 문재인, 변호사 박주현 변호사 천정배 의원 등 민변회원들이 새 정권에서 많은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짐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많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매우 잘 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노 차기 대통령과 천 의원은 이미 정치권에서 검증이 됐고, 박주현, 문재인 변호사도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지 않았습니까. 문 변호사는 서울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부산에서는 대단한 활약을 보인 사람입니다.”
- 역대 정권에 쓴소리를 많이 해왔던 민변이 제목소리를 못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20일 망년회 때 ‘민변이 관변단체 된 거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정체성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개혁과 입법과제’라는 책자를 발간한 것이 첫 시도입니다. 이후 법원개혁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원에서 ‘테러방지법’을 내놨을 때 이를 폐기하기 위해 법사위원들 모두 만나 설득을 했습니다. 성명서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나서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때 의원들이 60개 조항이나 되는 이 법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두세 쪽 자료 그것도 큼직한 활자로 된 자료 정도만 보고 있었습니다.
- 북한 송금 문제와 관련해 특별검사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데 특검제가 적절한 방안이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특검은 정규검찰의 예외입니다. 가능한 한 검찰이 수사를 했어야 했는데, 스스로 유보를 하겠다고 하니 특검으로 가게 생겼습니다. 특검제 자체가 적절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다른 방안이 없다면 특검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 검찰개혁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 오셨는데,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역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검찰의 지나친 관료화와 파쇼화의 문제입니다. 이건 형사소송법에서도 경고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유죄예단과 편견을 갖고 사건을 대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유죄추정의 원칙’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너무 철저히 관철시키는데서 발생하는 폐단이라고 봅니다. 검찰조직의 위신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도 이런 풍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찰수사권이 독립돼야 합니다. 잡다한 일반사건과 폭력사건을 검찰이 맡을 필요가 있습니까.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지방자치제도 5·16때 없어지지 않았다면 벌써 자리 잡았을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경찰대가 전문수사인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그렇게 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 사시인력이 많은데 이들을 수사인력으로 잘 활용하면 적법절차에 의한 수사 등에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시출신자들이 이제는 기업체도 가고 다양한 곳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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