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합성동 마산역 부근에서 ‘풀빵’을 구워 파는 김모(여·42)씨. 10년전 남편을 잃고 하나 있던 아이마저 사고로 잃었다. 지금은 6살된 아이를 데려다 키우며 단칸방에서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김씨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풀빵장사는 벌써 8년째다. 국화빵 13개 1000원. 평일에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기 때문에 리어카도 못 끌고 나오고, 기계만 거리에 갖다 놓고 팔고 있다. 요즘은 장사도 통 안된다. “하루 종일 팔아도 겨우 3만원 정도”라며 “재료비 빼고 나면 그것도 얼마 남지 않지만, 잘먹고 잘입으려고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김씨 아주머니가 있는 합성동 일대에는 풀빵 장사가 100m간격으로 4곳이 더 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주말의 시내 창동 거리. 화려한 간판들 사이로 골목입구에 1m도 안되는 한모(37)씨의 일터가 있다. 설탕으로 만든 ‘뽑기’가 500원.

오후 2시부터 장사를 시작해 밤 10시까지 쉴틈없이 설탕을 젓는 손이 분주하다. 한씨는 지난해 6월 실직한 뒤, 거리로 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 노점상이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재취직교육도 받았다. 정보검색 과정을 3개월 받았지만 이 교육으로 취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씨는 리어카에 가스버너를 싣고 장사를 시작했다. 조그만 리어카에 ‘오다리’‘와플’등 안해 본 장사가 없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오다리’장사로 벌이가 괜찮았다.

뽑기장사는 올해 8월부터 시작했다. 이 장사는 어린 아이부터 향수에 젖은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있어 벌이가 괜찮은 편이다. 평일에는 20만원, 주말에는 30만원 더 넘게 벌때도 있다. 이 정도면 4식구 먹고살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듯 하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이제 9개월된 딸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집사람은 따로 벌이를 하기 힘들다.

한씨는 우선 국민연금을 유예 시켜놓고, 의료보험도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 밑으로 올려 놓았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때문에 여유돈을 부릴 수 없다. 애초 1년정도로 생각했고 길게 3년을 계획하고 시작한 일이다.

“지금 버는 걸로 돈을 모으기는 힘들고, 조금씩 생활비를 줄여가면 돈이 좀 생길 것도 같은데. 그러면 찐빵이나 만두집을 하고 싶어요. 크게 목돈도 안들어가고 식구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업종이니까.” 한씨는 그 꿈을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열심히 설탕을 녹이며 겨울을 함께 녹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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