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흥행은 공식처럼 속편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때론 ‘그 때 그 영화의 그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편과는 다른 다음 영화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이번 주 개봉하는 <순애보>와 <언브레이커블>은 공교롭게도 전작에서 뛰어난 영상미 혹은 연출력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감독들의 작품이고, 전작에서 함께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주연배우가 다시 손을 잡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제작비·스태프·배우 등에서 제대로 된 한·일 합작 영화제작의 첫 작품이라 화제가 되었던 <순애보>는 바로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번째 작품이다.

<정사>에서 흑백과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촬영기법을 통해 고급스런 영상을 선보였던 이감독의 2000년작 <순애보>는 도발적이고 컬러풀한 화면으로 시작한다. 또한 동생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진 30대 여인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을 다룬 <정사>와 달리 <순애보>는 현대인의 소외를 다룬 우울한 영화다.

권태로운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한국의 남자와 죽음을 동경하는 일본인 여자가 인터넷으로 교감한다는 큰 테두리 안에 따분한 일상, 관음증, 죽음, 인연이라는 코드를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놓은 것이 특징.

<정사>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정재가 동사무소에서 자질구레하고 단순한 일만 하는 공무원 우인 역을 맡아 한국인의 고독을 대변하고, 일본의 인기 배우 다치바나 미사토가 재수생으로 분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애정을 줄 대상도 잃어버린 일본인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식스 센스>의 마지막 반전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에 혀를 내둘렀던 사람들이라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새 영화 <언브레이커블>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언브레이커블>은 어떤 사고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는 남자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스릴러다. 4편의 시리즈를 통해 ‘죽기도 힘들다’고 몸으로 말했던 브루스 윌리스가 131명의 사망자를 낳은 열차사고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생존자, 데이비드 던으로 분해 <식스센스>에 이어 정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에 대해 “<식스 센스>가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에 관한 영화였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자신이 자신을 찾아가는, 자신과의 싸움을 다룬 영화”라고 했지만 이 영화 역시 마지막 반전을 승부수로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식스센스>에 버금갈지 때론 더욱 충격적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다만 감독은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당분간 <언브레이커블>에 대한 정보에서 눈과 귀를 닫을 것을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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