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택배기사·농부 등
발라드·트로트 장르 불문
일하는 재미 찾아 '흥얼'

노동요는 민요의 일종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노동요에는 민중의 삶과 애환이 담겼고 노동방식, 노동종류에 따라 부르는 노래가 달랐다. 요즘 사람들에게 노동요는 일할 때 듣거나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지난 2015년 한 유튜버가 올린 '노동요'는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 노래가 빠른 배속으로 50분가량 재생되는데 '설거지가 3분 만에 끝났다' '할머니 집에서 틀어놓고 있으니까 할머니 사과 깎으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등 반응이 폭발적이다. 배우 유해진은 tvN <스페인 하숙>에서 자신만의 노동요를 틀어놓고 청소를 한다. 오늘 노동절을 맞아 일할 때 즐겨 듣거나 부르는 노래, 노동요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정현정(30·방송작가) 씨 = 정 씨는 빠른 리듬의 음악을 주로 듣는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이나 콜드플레이 '에버글로(Everglow)'처럼 너무 화려하거나 빠르지 않은 곡을 듣는다. 그런 유의 음악은 정 작가에게 휴식을 선사해 되레 일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노동요의 가장 큰 묘미는 일에 몰입해서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어떤 가사였는지 알지 못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정 씨는 그날마다 듣고 싶은 노동요를 한 곡 골라 반복적으로 듣는 편이라고.

△탁영우(41·조각가) 씨 = 탁 씨는 깎고 두드리고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 음악을 즐겨 듣는다. 반복적인 작업을 하다 보면 쉽게 지쳐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 요즘 그가 푹 빠진 노래는 추억의 90년대 히트곡들. 자신도 모르게 음악을 듣고 있으면 힘이 불끈불끈 난단다. "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종일 틀어놔도 플레이리스트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경우가 없어요. 노동요로 두 곡을 엄선하자면 SG워너비의 '라라라'와 거북이의 '빙고'입니다. 흥겨운 리듬의 노래라 작업할 때 즐거움을 선사하죠."

△이경탁(33·택배기사) 씨 = 직업 특성상 운전을 자주 하고 늘 바쁘다. 이 씨의 노동요는 예상외로(?) 슬픈 발라드다. "왜요?"라고 물었더니 "제가 그런 노래를 좋아해요"라고 심플하게 답한다. (앗 그러고 보니 휴대폰 컬러링도 '내 사랑아~'라는 구슬픈 발라드였다) 이 씨가 뽑은 노동요는 포스트맨 출신 성태의 '잘해줄걸'이다. "일의 능률을 높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슬픈 노래를 들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멍해지는 그런 느낌? 그 순간은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김영수(59·농부) 씨 = 농업에 종사한 지 30년 가까이 되는 김 씨. 그의 노동요는 트로트다. "카세트를 매번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예전에는 그냥 할매들끼리 노래를 불렀지. 요샌 아들이 핸드폰에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넣어주면 그거 틀어놓고 일합니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나 나훈아, 주현미 곡을 주로 듣는다. "아무래도 일이 잘되지. 짜증 날 때 고마 고함도 질렀다가 같이 따라 노래도 부르고."

△김혜련(35·회사원) 씨 = 김 씨는 가사노동을 할 때 퀸의 '자유로워지고 싶어(I want to break free)'를 듣는다. 1984년 공개된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이 여장을 하고 등장해 동성애자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심지어 1980년대 미국 활동을 포기하기도. 김 씨는 "뮤직비디오에 프레디 머큐리가 여장을 하고 밀대로 청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음악을 들으며 청소하면 내가 프레디 머큐리가 된 느낌도 있고 그 장면이 떠올라서 웃음이 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