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지휘자·동료 현장에 없어
기계작동 우려한 배치의무 위반
노동부 "작업기준 준수 조사도"

50대 노동자가 파지압축기에 끼여 숨진 산업재해와 관련해 사고 당시 현장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고, 작업 지휘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오후 2시 54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호계리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ㄱ(54)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 씨는 혼자서 파지압축기 내부를 청소하다 피스톤 푸셔에 머리가 끼여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산동부경찰서·창원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이날 함께 일하던 동료 ㄴ(60) 씨는 오후 2시에 폐지를 수거하고자 인근 아파트로 갔다. 작업장에는 ㄱ 씨만 있었다. ㄴ 씨가 오후 2시 54분께 사업장에 돌아왔을 땐 ㄱ 씨가 작동 중인 파지압축기에 끼여 숨진 상태였다. 안전망도 떼어져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파지압축기 안전망을 떼어낸 후 피스톤 푸셔를 청소할 때 기계를 멈춰야 한다.

이와 함께 기계가 가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작업지휘자를 배치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고 당시 작업장에는 ㄱ 씨 혼자만 있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는 "법에 따라 작업지휘자를 배치했는지를 보는데 사고 당시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안전교육 시행 여부, 작업기준 준수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2017 산업재해현황분석-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전국 250만 7364개 사업장 중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98%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전체 재해자 8만 9848명 중 80.7%(7만 2526명)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재해자 8만 9848명 중 1957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58.7%(1148명)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었다. ㄱ 씨가 숨진 이 업체에는 모두 19명이 일하고 있었다.

ㄱ 씨와 같은 '끼임 사고' 역시 50명 미만 사업장에 몰려있었다. 전체 끼임 사고 재해자 1만 2614명 중 82.2%(1만 370명)가 50명 미만 업체에서 발생했다.

1000명 이상 사업장을 제외하고 업체 규모가 클수록 재해는 적었다. 규모별로 재해자 수는 △50~99명 6066명 △100~299명 5408명 △300~499명 1624명 △500~999명 1521명 △1000명 이상 2703명이었다.

안전관리자 배치 인원 차이가 큰 요인이다. 20~49명 사업장에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만 두면 된다. 50명 이상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를 각각 1명 이상 둬야 한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하청을 받는 곳인데, 여기서 대부분 위험한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이제는 외주화 자체가 위험을 증폭시킨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는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조건이거나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하고 있다. 관리감독도 배제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고 위험한 작업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분위기는 사회적 가치 기준이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삶이나 인간 건강에 우선을 둬야 형성될 것이다"며 "사고가 났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일상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나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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