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호주서 창간된 계간지
2017년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
탈코르셋 등 페미니즘 주제로
다양한 여성 일상 이야기 다뤄

책을 선택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 계간지 <우먼카인드>(womankind·5호)는 솔직히 표지에 끌렸다.

고개를 쳐들고 입을 굳게 다문 외국인 여성. 당당해 보였다. 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 책을 손에 넣었다.

▲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된 〈우먼카인드〉는 3년 뒤 한국에도 번역 출판됐다. 그림은 〈우먼카인드〉 5호에 실린 작품. /〈우먼카인드〉 5호 발췌
〈우먼카인드〉는 지난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됐으며 3년 뒤 한국 독자와 만났다. 제호는 인류를 뜻하는 맨카인드(mankind)를 비틀었다. 출판사는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잡지'라고 소개했다. 한국판에는 원문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현재 6호가 나왔다.

〈우먼카인드〉는 매호 주제가 다르다. 또 한 나라를 선정해 그 나라의 예술가·작가·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다룬다.

5호 주제는 변화였다. 사람들은 변화로 삶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한다. 김진아 울프소셜클럽 카페 대표는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면서 외모와 몸무게에 대한 집착을 벗었다.

이민경 작가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을 만들었다. 민서영 작가는 페미니즘 만화 <쌍년의 미학>을 그리게 된 계기를 고백했다. "(여성혐오에 대한)나의 불편함을 토로했을 뿐인데, 그 때문에 직장을 잃었고, 당시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인간관계를 잃었다." 김하나 작가는 결심했다. '책 출판'을 계기로 더 많은 여성, 더 많은 소수자에게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글을 읽으면서 나를 변화시킨 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중간마다 만나는 삽화 작품과 유명인의 명언을 보며 잠시 삶의 무게를 덜어낸다. 마음을 울린 문장이 있으면 밑줄을 긋는다.

6호 주제는 인류세다. 인류세는 지구 온난화·생태계 침범 등으로 나타난, 인간이 초래한 새로운 양상의 지구다.

<인류세의 모험>을 쓴 가이가 빈스, 지구와 기후를 위한 여성행동 네트워크 설립자 오스프리 오리엘 레이크 글이 실렸다. 환경 훼손을 줄이자는 얘기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에코페미니즘 실천을 주장한다.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함을 되돌아보고 불편해하는 마음이 시작이다."

이번 호는 여성 과학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읽다가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의 글에 밑줄을 그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나의 신조 중 한가지는 남들이 하는 말을 100퍼센트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먼저 부딪혀서 듣고 보고 느낀 나의 경험을 믿는다. 과학자의 기본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렇게 늘 의심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일이 과학자로서는 꼭 필요한 소양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인간관계든, 일이든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이 밖에도 마스 원(mars one)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선발된 여성 두 명의 인터뷰도 실렸다. 네덜란드 벤처기업은 화성에 인간 거주 기지를 건설하고 사람들을 화성에서 살도록 하겠다며 신청자를 받았다.(하지만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처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설립 7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우먼카인드〉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양한 관점이 담겼다. 그리고 광고가 없어 오로지 글에 집중할 수 있다. 읽다가 힘들면 삽화 작품을 보며 쉬었다 가도 좋다.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우먼카인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출판사 펴냄,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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