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한남…"남녀 간 혐오가 성평등 논의 후퇴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미투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7월 국무회의에서는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체감을 국민께 드릴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여성가족부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후보 시절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여성 국회의원 30% 법제화, 내각 남녀 동수 달성, 남녀 임금격차 OECD 평균수준인 15.3% 달성 등을 공약했다. 취임 후에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한국사회가 실질적 성평등 사회로 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단체와 정책 전문가들은 "구조를 만들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며, 이를 법·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이수연(맨 왼쪽) 연구위원. /공동기획취재단

이수연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잘못된 성평등 의식, 반감 유발 / 혐오표현금지법 도입 검토해야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여과 없이 이뤄지는 혐오 발언과 행위가 성평등 논의에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면 어떤 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여성과 남성이 합의할 수 있는 성평등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성평등 의식은 남성들에게는 불평등하게 부과된 짐으로 인식하게 하고, 여성은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없다는 것으로 오해하게 해 여성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갈·페미니스트·한남·김치녀' 등으로 표현되는 남녀 간 혐오 분위기를 거론하면서 "남녀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만큼 스코틀랜드·호주·핀란드가 시행하는 혐오표현금지법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성평등 정책의 최종 목표는 남녀 모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대안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성별에 대한 유연한 대응, 즉 남녀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여성은 육아와 가사, 남성은 노동이라는 고정관념의 잘못된 성차별 의식을 어릴 때부터 심고 있다"면서 "돌봄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남성성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리는 등 조기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형성해 성별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은경 위원장. /공동기획취재단

김은경 한국YWCA 성평등위원장 / 성차별 해결 위한 법제화 중요 / 동등한 의사결정 참여 '핵심'

◇김은경 한국YWCA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 "성평등은 사회 전반의 문화와 정서도 중요하지만 법제화를 통해 이끄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김 위원장은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법률 제·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 과정에 남녀의 동등한 의사결정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부분 50~60대 남성들로 이뤄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슈의 균형이 확보되려면 누가 정치를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남녀 동수내각을 운영한 지 오래"라면서 "입법과정에서 남녀 동수 문제는 민주주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과다·과잉 대표성 문제로 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또 법제화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과 동일임금 등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제도적인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차별 해결 방법으로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중요하다"며 "남녀평등의 기본모델이 되는 아이슬란드가 동일임금제를 시행하고, 스웨덴에 페미니스트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남녀가 조금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여성이어서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시작이다. 남녀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에서 '성평등 조직문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라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면 저출생이 해결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성평등한 문화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원칙이고 공식"이라고 강조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