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마음을 녹인 것은 …
여 스파이 암살 장면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3막 '아무도 잠들지…' 삽입
'3테너'가 부른 곡으로 유명
진정한 사랑의 의미 전달

최근 과거 명작들의 재개봉이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전 언급했던 영화 <트루먼쇼>가 그러하고 젊은 시절 전투기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가슴을 두드리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 건 (Top Gun)>이 곧 다시 우리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007 제임스 본드는 1대 '숀 코너리'에 이어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현재 다니엘 크레이그에까지 이르렀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톰 크루즈이다. 과거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는 부인할 수 없이 007이었다. 젠틀한 외모와 여유 가득한 유머를 지녔지만 위기가 닥치면 최첨단 무기, 그리고 재치로 상황을 모면한다. 어지간해서는 옷에 핏자국을 묻히지 않는 것이 007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스파이들은 다르다. 소위 말하는 생계형 스파이, 그들의 신체능력은 과거 007에 비해서도 월등한 듯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늘 상처투성이며 몸에는 멍자국이 가득하다. 와중에도 가장 고생하는 캐릭터를 언급하자면 아마도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일 것이다. 제목부터가 벌써 불가능한 임무 아닌가? 1996년 시작된 시리즈, 최근 6번째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변함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암살

영화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시작부터 관객을 휘어잡는다. 하늘로 향해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위태롭게 매달린 에단은 역시나 임무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가 속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는 존재의 당위성을 부인당하며 해체되고 마는데 모든 것이 신디케이트라는 거대 범죄조직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에단은 신디케이트에 납치되고 그곳에서 '일사'라는 여인의 도움으로 그곳으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한다.

'일사'는 영국의 첩보원으로 신디케이트에 비밀 투입된 여성. 에단은 이제 유령처럼 숨어 세상을 조종하려는 적들의 계략을 멈추기 위해 과거 동료들을 모아 점차 신디케이트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는데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지만 그것을 먼저 획득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에 새롭게 등장하는 '일사',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가 흐른다. /스틸컷

아슬아슬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서야 얻어낸 파일, 그것은 영국정부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하는 비밀이며 신디케이트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납치된 동료 '벤지'를 구하기 위해 파일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가 필요한 상황, 영국의 최고 권력자만이 암호를 풀 수 있으니 이제 영국의 최고권력자를 납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하고 그것을 전달함으로써 동료를 구해야 하며 동시에 신디케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CIA 국장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5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새로운 여성캐릭터 '일사'의 등장은 매력적이다. 카사블랑카에서의 화려한 오토바이 추격장면은 시리즈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박진감 넘치는 명 장면이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인상적인 등장은 매끈한 다리를 뽐내며 저격대상을 향해 총을 겨눌 때일 것이다.

해체된 IMF 대신 CIA를 위해 일하고 있는 에단의 동료 벤지, 그는 어느 날 에단으로부터 전해진 오페라 관람표를 받아 들게 된다. 그리고 찾아간 빈 오페라 국립극장, 관객석에는 오스트리아의 대통령이 공연을 관람 중이고 '일사'는 그를 암살하려 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녀가 실패했을 때와 배신했을 때를 대비해 두 명의 저격수가 더 배치되어 있는 상황, 능숙하게 총을 조립한 '일사'는 이제 가지고 있던 악보를 펼친다. 악보에 선명히 보이는 가사 'Vincero(승리)', 그리고 이 중 'ro'음절에서의 음은 하이C(높은 도)이다. 이 곡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중 3막에 흐르는 'Nessun dorma'이며 테너 가수가 부르는 마지막 음이며 이 부분에서 쏘겠다는 뜻인데 그만큼 이 오페라에서 가장 극적이고 웅장한 장면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총소리조차 상쇄될 만큼.

◇투란도트와 칼라프

앞서 언급했듯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이다. 그는 이 작품을 미완의 상태로 남겨 둔 채 세상을 떠났고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작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으로 작곡가의 제자로 하여금 나머지 부분을 완성토록 하였는데 초연 시 창작한 부분까지만 연주 후 '푸치니 선생님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하곤 지휘봉을 내려놓아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작품의 배경은 중국 베이징의 황궁, 그곳의 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에게 청혼해 오는 자들에게 세가지 문제를 낸다. 맞히면 결혼, 틀리면 처형. 이때 이곳을 떠돌던 몰락한 왕국의 왕자 '칼라프'는 그녀에게 매혹되어 그녀의 시험에 도전한다. 이제껏 단 한 문제도 맞힌 이가 없었지만 '칼라프'는 그녀가 내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결국 모든 문제의 정답을 맞히게 되어 이제 베이징은 그의 등장으로 인해 떠들썩하다.

▲ 손에 꼽힐 오토바이 추격장면. /스틸컷

알지도 못하는 이와의 결혼에 머뭇거리는 공주에게 이번엔 '칼라프'가 제안을 한다. '24시간 안에 나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옥에 가두어도 좋다'라고 말이다. 이에 그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잠들 수 없다는 공주의 명이 떨어지고 그렇게 베이징은 잠들 수 없는 밤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2막이 끝나고 3막이 열리면 영화에 등장했던 '칼라프'의 아리아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 가 흐른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곡명으로 알려져 있어 얼핏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공주를 위한 세레나데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해 결국은 자신이 승리(Vincero)할 것이라는 가사의 아리아인 것이다. 이후 얼음처럼 차갑던 공주는 '칼라프'를 짝사랑하는 여인 '류'의 희생을 보며 마음에 온기를 품게 되며 결국 그녀는 '칼라프'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라며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쓰리 테너의 '네슨 도르마(Nessun dorma)'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1990년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 역사적인 클래식 관련 이벤트가 열리는데 바로 스리 테너(Three Tenor)의 월드컵 전야제 공연이다. 당시 시대를 대표하던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카레라스가 함께 무대에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오페라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음에 틀림없다. 스리 테너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이 바로 이 때부터이며 아름다운 노래와 목소리의 향연, 특히 공연의 대미에 함께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창하던 명곡 메들리는 압권이었다. 이에 그곳에 모인 이들은 열광했으며 실황음반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공연이 끝난 후 당연하게도 앙코르가 요청되고 그토록 많은 명곡들 중 마지막에 함께 부른 앙코르곡이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리아 'Nessun dorma'이니 이 곡이 지닌 인기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엔 어김없이 미션지령 장면이 등장한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최첨단 기법이 동원된다는 것과 지령 후 폭파된다는 것이다. 이번엔 LP가게다. LP를 가장한 첨단 장비였지만 왠지 옛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정겹다. 음악을 듣는데 있어 LP가 최첨단이라는 나의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고 이제 곧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음반을 찾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설레게 하던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갈 것이라 조심스레 예언해 본다.

'잘됐네요, 마침 초반이 있는데요.'

/심광도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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