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금융사태 이후 10년, 전 세계가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오면서 세계 각지의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손쉽게 부채를 늘려나갔다. 같은 기간 세수는 줄어든 데 비해 사회복지 지출은 크게 늘어 정부 부채 또한 크게 늘었다. 가계 부채 또한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부채가 2343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10년간 초저금리가 이제 '빚'이 되어 기업·정부·가계가 빚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심 경제활동 세대인 40대가 전 연령 중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얼마 전 충북 옥천 일가족 살인사건도 빚 문제로 신변을 비관한 40대 가장이 세 딸과 아내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한창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가장에게 왜 이런 극단적인 일이 벌어진 걸까? 그것은 금융에 대한 무지와 빚 독촉에 따른 본인의 어려움을 상의할 대상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몸이 아프면 약국이나 병원을 가고, 외식하고 싶으면 식당을 가고, 여행을 가고 싶으면 여행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빚이 많아 걱정이라면 어디를 가야 할까? 이 빚 문제에 대해 더욱 근본적으로 빚을 낸 사람의 입장에서 서로 고민하고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지난 5월 경상남도금융복지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빚도 재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과도한 빚은 본인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도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빚이라는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도 연관되어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도 주변에 말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빚을 진다는 것을 죄를 짓는 것으로 인식하여 불법 추심을 받더라도 그 부당함을 감내하고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자는 채무조정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말을 하지만, 빚을 진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면 애초부터 떼어먹겠다고 돈을 빌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이든 자영업자든 생계유지나 장사를 하다가 본의 아니게 열심히 생활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건의 발생으로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고리의 사금융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점점 더 큰 빚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더욱 많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과 같은 공적채무조정제도가 있지만 어려운 법률용어, 30여 가지나 되는 준비 서류, 수개월 이상 처리 기간 등의 문제로 개인이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돈을 들여 변호사에게 수임 의뢰하면 좋겠지만, 그 돈이면 몇 달 생활비인데, 그마저도 주저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행여나 주변에 빚으로 힘들어하는 분이 있으면 경상남도금융복지센터를 알려주기 바란다. 빚을 어떻게 정리할지, 가정의 수입과 지출은 어떻게 조정해나갈지, 나의 사정을 털어만 놓아도 조금은 후련해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는 양과 음, 잘남과 못남, 부자와 빈자, 높고 낮음 등 언제나 반대편이 존재한다. 내가 음지에 있다고 모두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돈이 많든 적든 간에 나름의 고민은 있을 것이다. 지금 돈이 많다고 반드시 꽃길만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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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비록 삶이 지치고 어렵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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