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미술관 내 아트숍
클레이아크김해 설문조사 결과 '관람객 기념품 구매욕구 높아
'문신·전혁림미술관 오랜 투자…"수익 낮아도 문화 향유 확장"
프랑스 작가 앙리 마티스(1869~1954)를 몰라도 그가 그린 여인 '나디아'는 익숙하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와 옷가게, 게스트하우스 등에 많이 내걸려 자주 볼 수 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은 복제 그림뿐만 아니라 가방, 휴대전화 케이스 등의 디자인으로 활용되며 생활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상품(아트상품)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이다. 예술가의 작품을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화한 물건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예술을 소비할 수 있다.
문화상품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박물관이다. 국립박물관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상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상품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기획해 제작한 것이다. 9이와 다르게 미술관은 저마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열악한 경영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익 모델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고객쉼터&기념품숍'을 열어 주목받았다.
◇"관람객 70% 이상, 문화상품 원해"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1층 갤러리 4를 지나면 '고객쉼터&기념품숍'이 나온다. 가끔 전시 연계 행사로 문을 열었던 공간이 지난달 1일부터 관람객을 위한 곳으로 개방됐다.
고객쉼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문화상품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그동안 개발해 판매했던 문화상품과 도록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가격은 500원에서 1만 8000원 사이로 다양하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개관 3년 차에 기념품숍을 연 이유는 관람객들의 요구 때문이다.
정명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담당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기념품 문항에서 많은 이들이 미술관 기념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약 200명 중 150여 명이 긍정적이었다. 또 문구류와 소품류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본격적으로 기념품숍을 운영하려고 내년에 예산을 들여 새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예술품을 가까이 두고 누리고자 하는 열망을 살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만의 색깔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상품의 한계와 가능성 = 도내에서 아트숍을 따로 운영하는 미술관(전시장)은 통영 전혁림미술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김해가야테마파크, 창원 창동예술촌 등이다.
전혁림미술관은 전혁림(1916~2010) 화백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영근(전혁림미술관 대표)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컵과 접시, 자석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전혁림미술관은 문화상품으로 이름나 있다. 10년 전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이용해 디자인한 손수건과 넥타이 등이 미국 애틀랜타 박물관과 앨라배마주 오번대학교 줄 콜린스 스미스 미술박물관 아트숍에 입점해 호평 받았다. 전혁림미술관 측은 꾸준히 문화상품을 내보이고 호응을 얻지만 아직 큰 수입원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술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모범적인 방법이지만 투자만큼 경제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도내 아트숍이 공통으로 안은 고민이다. 창원 창동예술촌은 아트숍에서 예술촌에 입주한 작가 40여 명의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지만, 운영은 걸음마 단계다. 또 김해문화의전당처럼 규모가 큰 미술관은 문화상품 개발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투자 비용과 수익 사업의 방향 등 여러 이유로 적극적이지 않다.
전시 작품과 성격이 뚜렷한 김해가야테마파크가 '금이야', '옥이야' 캐릭터를 개발해 기념품점을 연 것과 대조적으로 여러 장르를 선보여야 하는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은 소장품을 응용하거나 기획전에 맞춘 기획 상품을 내보여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예술을 일상으로 = 이에 대해 최성숙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은 "그럼에도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20년 넘게 문화상품을 개발해왔다. 1996년 사립미술관이었던 때 최성숙 명예관장은 문신(1923~1995)의 작품을 널리 알리려고 '예술을 일상으로'를 내세웠다. 여러 연구자와 머리를 맞대 보석, 넥타이, 식기류 등 문화상품을 확장했다.
특히 문신이 조각이나 채화를 위해 그린 밑그림(드로잉) 60여 점은 보석과 잘 맞았다. 문신 작품의 드로잉을 그대로 사용해 제작한 브로치와 액세서리는 국내외에서 주목받았고 홍콩세계보석쇼 등에서 주최하는 문화상품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내 아트숍은 최 명예관장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문신연구소를 함께 두어 문신의 작품을 복제한 것뿐만 아니라 넥타이, 스카프, 티셔츠 등 또 다른 작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민속 신앙 속에 자리 잡은 십이지신상을 디자인한 아주 작은 컵을 만들어 새 상품으로 선보였다.
문신연구소와 아트숍은 앞으로 문화상품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 명예관장은 "문화상품은 또 다른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리지널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문화상품의 대중화는 문화예술을 친근하게 향유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구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