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울음소리가 요란해졌다. 장마가 그치자 벚나무 가지에 한두 마리가 붙어 '매앰 맴~' 우는가 싶더니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매미 울음소리는 더 이상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소음 공해'라고 아우성이다.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무욕과 청빈의 상징으로 예찬 받던 그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로 매미 소음도를 조사한 결과, 자동차 주행소음(평균 67.9㏈)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주거지역 야간 소음규제 기준인 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하니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매미에 대한 옛사람들의 의미는 각별했다. 고대 중국에서 매미는 부활을 의미했다. 장사 지낼 때 죽은 사람의 입속에 옥으로 깎아 만든 매미를 넣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십 수 년을 땅 속에서 살다가 세상에 나와 껍질을 벗고 환골탈태하는 매미처럼, 이승에서 겪은 고해苦海의 허물을 훌훌 털고 좋은 모습으로 환생하라는 염원을 담았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도 매미에 대한 칭송은 대단했다. 이항복은 매미를 일컬어 이슬만 마시고, 뭇 새들과 함께 높은 가지 다투지 않는다 하여 매미를 욕심 없이 맑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고고한 존재로 여겼다. 허목도 '바람을 마시고 이슬만 흡수하니 진정 마음이 비었다'며 매미의 청빈함을 노래했다.

이에 더해 조선왕조에서는 매미에겐 학식(文), 깨끗함(淸), 청렴함(廉), 검소함(儉), 신의(信) 등의 다섯 가지 덕(德)이 있다 하여 목민관의 귀감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매미의 교훈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무를 맑고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뜻으로 임금은 매미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익선관(翼蟬冠)'을 썼고, 문무백관들도 매미가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오사모(烏紗帽)'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매미는 왜 그토록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걸까. '새들은 노래하고 나비는 춤춘다'고들 하는데 매미에게 그렇게 표현하는 건 들어 본 적이 없다. 하기야 오랜 기다림 속에 세상에 나와서는 한 달도 채 못 살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데 무슨 신명이 나겠는가.

매미의 한 생애는 참으로 애달프다. 알에서 부화하여 7년에서 길게는 17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아간다. 어렵사리 세상에 나와서는 다섯 차례 허물을 벗는 등 혹독한 인내와 시련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우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껏 2주, 길어야 한 달 남짓 이슬과 나무진만 먹고살다가 세상 밖 구경 한 번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니 애련하다. 시련은 이뿐만 아니다. 촌음을 다투어 종족번식이라는 사명까지 수행하기 위해선 더 애절하게 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를 크게 내지를수록 암컷이 관심을 보인다니 어쩌랴. 듣고 보니 그의 소리는 통곡이요, 처절한 몸부림이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나무 허리를 끌어안고 마음을 후벼 파는 그 소리가 결코 '노래'일 수 없는 까닭이다. 시끄럽게 들리는 수매미 소리는 그야말로 애수의 소야곡인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입추이고 귀뚜라미가 자리를 내놓으라고 떠밀 것이다. 매미의 세레나데는 그래서 더 애처롭고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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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소리라 해도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이 자연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닐 터. 매미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거두고 사랑의 세레나데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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