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19일 세계 최초 곡선 반경 15m에서 운행할 수 있는 저상형 주행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곡선 변경 15m이면 복잡한 도심 주행도 가능하다. 주행장치란 열차 차체를 지지하고 차량 주행을 담당하는 주요장치로 열차 바퀴에 해당하는 차륜과 차축 등으로 구성돼있다.

현대로템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국가연구과제인 '저심도 도시철도시스템 기술개발'의 하나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저심도 도시철도시스템 기술개발은 기존 지하철 건설과 운영비가 많이 드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저심도에서 운영 가능한 차량과 인프라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연구과제다.

기존에 사용한 주행장치는 열차 곡선 반경이 25m 이상에서만 주행할 수 있어 도심 밀집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철도 노선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기존 노선들은 곡선반경이 좁은 곳에서는 철로를 신설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로템이 개발한 주행장치는 최소 곡선 반경이 15m로 줄면서 복잡한 도심에서도 일반도로처럼 열차 주행을 할 수 있고 건설비도 줄이게 됐다. 특히 일반 도로 위에서 운행하는 트램(경전철)에 설치하면 자유로운 선로 구축을 할 수 있다는 게 현대로템 설명이다.

함께 개발을 마친 '급 곡선 주행장치'는 차 바퀴와 선로가 맞닿는 압력을 기존 장치보다 30% 이상 줄여 소음 감소와 함께 차륜과 선로 수명도 늘리게 됐다. 운영사 유지보수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 주행장치는 열차 차체 높이를 낮춰 인도와 탑승구가 같은 높이인 저상 모델로 개발돼 교통 약자 승·하차도 쉽다.

개발된 주행장치 핵심기술로는 개별 모터 토크 제어기술과 개별 제동 제어기술, 능동 유압 조향(방향조정) 기술 등이 있다. 개별 모터 토크 제어기술과 개별 제동 제어기술은 차륜마다 모터와 제동장치를 설치해 센서에서 얻은 열차 정보를 기반으로 각 모터 속도와 제동능력을 제어한다. 이로써 기존 것보다 조향 능력이 우수하고 곡선에서의 압력과 마모가 줄어 주행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능동 유압 조향기술은 기존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기계식 조향 방법을 벗어나 축의 변동 정보를 입력받아 전·후 축의 조향을 유압으로 동시에 또는 개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기계식보다 차륜 마모가 줄어 소음 개선과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번 신기술 개발 바탕에는 현대로템이 글로벌 철도업계 최초로 도입한 HILS(Hardware-In-the-Loop Simulation)가 큰 역할을 했다. HILS는 사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실내에서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대로템은 HILS로 실차 테스트에서는 검증하기 어려운 가혹 조건에서 수천 번 시험을 거쳐 충분한 성능 검증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비용과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현대로템은 이번에 개발된 주행장치의 시뮬레이션 시험을 거쳐 최근 창원공장에서 시험용 트램에 직접 설치해 성능 검증시험까지 마쳤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주행장치에 적용된 개별모터 토크 제어기술과 능동 유압 조향기술은 2016년와 2017년에 각각 한국철도학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철도 10대 기술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두 기술 모두 특허 등록을 마쳤다.

현대로템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 5년간 1년에 평균 약 86회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신기술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의 작년 연구개발 투자액은 1015억 원으로 2016년(890억)보다 14%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2016년 3.3%에서 4.3%로 늘었다. 전체 제조업 평균은 2.1%다. 연구소 인력도 650명에서 710명으로 약 10% 늘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연구성과는 소음·분진을 줄이고 급격한 곡선에서도 운영할 수 있어 트램 같은 도시철도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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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성능시험 중인 시험용 도시철도차량. /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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