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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KAI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다

허귀용 기자 enaga@idomin.com 입력 : 2018-05-01 15:59:59 화     노출 : 2018-05-01 16:04:00 화

2017년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역사상 최악의 한해였다. 잊고 싶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였다. 임원진 분식회계 의혹, 직원 개인 비리와 채용 비리 등 각종 방산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심한 홍역을 치렀다. 기대했던 국외 수주 발표도 해를 넘겨 미뤄지면서 매출액도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 한꺼번에 몰린 악재에다 2010년 이후 최악의 영업실적까지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KAI는 대규모 조직 개편과 경영 투명성·선진화 도입 등 뼈를 깎는 내부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내부 혁신은 매출에도 영향을 줬다. KAI는 1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데는 KAI 임직원과 전 직원 노력의 산물이지만, 그 중심에는 취임 6개월째를 맞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조원 사장이 있었다.

국가 지분 33%의 국영 기업 KAI

Q. 감사원에서 25년간 일한 정통관료 출신인데, 기업 CEO로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KAI는 국가가 33%의 지분을 가진 국영 기업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왔고, 제 관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국가는 여러 가지 제약 요소가 많습니다. 법으로 거미줄처럼 묶여 있는데 여기는 덜 해요. 새로운 조직의 변형과 시스템 도입이 유연합니다. 의사 결정 영역이 넓어서 좋아요. 원래 KAI의 출발이 재벌 계열사여서 관리는 잘된 곳입니다. 일 자체가 국가의 일을 수주받아서 하는 대부분이 국가 일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공공성이 무장돼 있습니다. KAI라는 조직이나 구성원들은 잘 훈련돼 있고 잘 조직돼 있어요. 어느 순간에 흐트러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장이 똑바로 정신 차리면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Q. KAI는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점차 안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국민들, 특히 경남 도민들께 많은 우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KAI는 과거 빠른 성장을 목표로 달리다 보니 내실을 다지는데 소홀했던 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외형과 달리 경영시스템의 국제화 정도가 미흡했습니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경영하면서 의사결정체계에 문제가 발생했고 조직은 비대화 됐습니다. 재벌 계열사로서 일하다가 갑자기 공공기업의 성격을 지니게 되면서 정체성 혼란도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주도적으로 내부 혁신을 추진해서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요. 현재 KAI는 모든 것을 규정화하고 국제 기준대로 운영되는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도민 여러분을 비롯한 국민의 응원도 큰 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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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박일호 기자

700여 명 신규 채용 예정

Q. 항공정비(MRO) 사업 추진 현황은 어떤가요?

"7월에 법인이 설립되면 9월까지 국토교통부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가 나면 그 업체가 운영에 들어가게 돼요.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현재 순조롭게 가고 있다. 법인에 참가하는 업체도 국내외 포함해서 이미 선정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남도와 사천시가 MRO 부지를 매입해서 조성을 해야 하는데, 매입을 빨리하는 것입니다. KAI가 기본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있어서 내년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Q. 올해 초 700여 명의 인원을 채용하기로 발표했는데, 채용 계획이 나왔습니까?

"이미 2월부터 석사와 박사를 수시 모집하고 있습니다. 졸업생은 최근에 채용 공고가 나갔어요. 총 채용 인원은 일반직 645명과 MRO 사업 60명을 포함해서 700명이 조금 넘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비슷한 숫자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고 좋은 인력을 확보해야만 가능합니다. 미래 항공우주산업을 주도할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라고 판단해서 이번에 대규모 채용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특히 신규채용 때 블라인드 채용방식 등을 도입해서 능력 있는 지역 인재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Q.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 사업(APT)의 수주 가능성이 있습니까?

"부정확하게 알려진 게 있는데, 미국 록히드마틴 일에 KAI가 하청업체로 들어가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4월 중에 최종 제안가를 내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만일 보잉을 이기면 KAI하고 사업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KAI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청업체여서 권한이 없고 달리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KAI가 의사 결정을 하는 것처럼 알려진 건 오보입니다. KAI가 주 계약자면 정부가 나서서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주 계약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습니다."

Q. 중형 민항기 사업 진척이 있습니까?

"아직 진척은 안 됐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파트입니다. KAI가 그동안 했던 일은 국가의 일을 수주받아서 하는 주문 생산 단계였습니다. 군수 산업에 한정되어 있고, 진정으로 KAI가 자체 제품을 만들어 영업하는 일은 없었어요. 이제 소형 민수 헬기 시제작에 들어갑니다. 민항기가 워낙 큰 사업인데 어느 정도 민항기를 생산하는 것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인지, 우리가 하는 것이 60~100인승인데 어느 정도로 만들 것인지 탐색 단계라 보면 됩니다."

Q. 뇌물공여와 인사청탁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이팔성 사외이사와 관련해 회사 내부에서 자진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나요?

"기소가 된 것도 아니고 (검찰이)조사하고 있어서 본인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주주 총회에서 특별 결의를 2/3인가 해야 하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어 주주총회에 올리자고 하기도 어렵고요.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판단해야 하는데 난감합니다. 현실적으로 조치할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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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조원 사장을 비롯한 KAI 임직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일호 기자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로 여행을"

Q. 지역 사회 공헌활동을 확대하기로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KAI는 경남에 본사를 둔 몇 안 되는 대기업으로서 그동안 본사가 위치한 사천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부터 서부경남 8개 시군으로 확대합니다. 대상 지역은 진주시, 통영시, 거창군, 고성군, 남해군,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 등입니다. 현재 맞춤형 지원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주거환경개선, 실버카 지원, 안전지킴이 사업, 복지허브 사업 등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주요 복지사업에 대해 재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농촌 일손 돕기, 재능기부를 통한 저소득 아동지원 등 KAI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풀뿌리 봉사 활동도 서부경남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고요. 올해 사회 공헌 예산으로 회사 11억 원, 임직원 6억 4000만 원 등 총 17억 4000만 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단순 후원활동보다는 소외계층 경제자립을 돕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외계층,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경제 자립을 후원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 창업 지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남 전체로 사회공헌 활동을 넓힐 예정입니다."

Q. 취임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성과가 있습니까?

"1/4분기에 흑자가 날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천 몇백억 원 적자였어요. 조직이 안정되고, 쓸데없는 비용을 확 줄였습니다. 관리직을 30% 이상 감축했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감축되면 비용이 절감되고 달라집니다. 일단 흑자로 들어섰다는 게 경영자로서 가장 큰 성과입니다. 두 번째는 직원들의 자존심이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자존심이 훨씬 회복됐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면 조직의 공공성이 강화되고 있어요. 재벌 계열사가 아닌 KAI는 공공성이 강하다는 인식들이 상당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습니다. 재벌 계약사의 사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방위력 개선을 위한 국가 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이 많이 심어졌습니다. KAI의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3년 정도는….(웃음)"

Q.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 정치에 나설 의향은 없나요?

"한때 잠깐 생각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권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예전처럼 뜻을 함께하는 정치적 동료를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경남 도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KAI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조업이 과거 신발, 가발 등에서 조선을 거쳐, 자동차, 전자제품까지 발전해 왔는데 미래에는 반도체, 로봇, 의료 그리고 항공우주산업이 견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KAI가 만든 전투기가 우리 공군이 소유하는 전투기의 70% 이상을 담당할 것이고, 미래에는 국산 전투기가 세계의 하늘을 누빌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도록 여객기도 개발하고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특히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과 우주 발사체까지 만드는 만큼 2030년까지는 매출 20조, 세계 5위의 항공우주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많이 격려해 주시고 잘못된 점에 대해 질책해 주신다면 KAI의 꿈이 더욱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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