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희망퇴직 독려 담화문 발표…노조 '정부·여당 살려달라'호소

구조조정을 담은 STX조선해양 자구계획안 노사확약서 제출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등을 돌린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인원감축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고, 회사는 30일까지 예정한 희망퇴직, 아웃소싱 신청을 독려하는 대표이사 담화문을 냈다.

◇노동자, 절박함에 강도 높은 투쟁 = 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는 지난 26일부터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사측이 생산직 노동자 75%를 희망퇴직, 아웃 소싱 등으로 줄이겠다고 하자 반발하고 있다.

또 27일부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당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STX조선지회는 '인적 구조조정 중단', '정부의 잘못된 산업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며 항의와 중재를 요구하며 당사 점거도 진행하고 있다.

고민철 STX조선지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점거·노숙 농성을 하면서 추미애 당 대표를 면담하고, 여당 차원의 대책 마련,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정부와의 중재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아무런 성과 없이 점거를 풀 수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당 측은 점거농성 첫날인 27일 중앙당에 내용을 전달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더불어민주당·김해 갑) 국회의원은 "STX조선, 성동조선 문제를 풀고자 간담회도 열고 노력해왔다.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구조조정은 더는 안 된다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상당히 안타깝다. 갑작스레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당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에 현재 상황을 보고했고, 이 문제를 풀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지회, 성동조선해양지회, '노동자 생존권 보장 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 긴급 간담회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성동조선해양지회 측은 창원지법에서 진행하는 성동조선 회생개시 결정을 위해 경남도가 노력해달라고 했다. STX조선지회는 사측 안 철회를 위해 경남도가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사측, 희망퇴직·아웃소싱 신청 종용 = STX조선은 지난 28일 장윤근 대표이사 이름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장 대표이사는 "정부는 회사가 특단의 자구계획, 이행방안,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지난 8일 정부 발표로 우리는 당장 법정관리를 피했고 1개월 합의 시간을 줬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처한 절박한 여러 사항을 염두에 두고 급격한 인력 감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회사는 희망퇴직과 고용이 유지되는 아웃소싱을 병행하고 있다"며 "현재 희망퇴직, 아웃소싱 신청 실적이 아주 저조하다. 이 상태로 4월 9일까지 간다면 회사는 법정관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STX조선지회 한 조합원은 "사측 담화문을 보고, 동요하는 조합원도 있다. 농성을 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해서 답답하다.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가 우리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나. 기대했던 만큼 배신감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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