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출력 LED 광원과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빛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표적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암 치료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암을 진단·치료할 수 있어 생존율이 매우 낮은 췌장암과 담도암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ERI는 의료계 현장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광학의료기기연구팀은 최근 암(종양)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복강경 기반 형광 영상 광역학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상처를 덜 내 환자 회복 기간을 줄여주고, 암 치료 후 환자 삶의 질을 높이도록 '최소 침습 수술'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표적지향적 치료'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로써 빛을 이용해 정상세포는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골라 죽임으로써 효과가 좋고 후유증이 적은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PDT) 기술'과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을 내고도 복강과 복강 내부 장기를 바라보면서 검사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기인 '복강경(腹腔鏡·laparoscope)'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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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 복강경 복합광원장치. /한국전기연구원

광역학 치료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민감제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성질을 이용한다. 인체 내에 주사된 광민감제가 암세포에 축적되면 이후 내시경으로 특정 파장의 빛을 환부에 쬔다. 이때 활성산소가 생성돼 정상조직 손상 없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치료한다. '광민감제'는 특성상 자외선 광을 받으면 붉은빛(Red Light) 형광을 낸다. 광민감제가 축적된 암(종양)을 의료진이 손쉽게 관찰할 수 있어 기존 진단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운 암도 조기 진단·치료할 수 있다.

인체 조직 내부 질환 진단과 치료 핵심기술은 '빛'이다. 하지만, 기존 광역학 치료는 국산 반도체 레이저 기술이 부족해 고가 외국산 제품 수입에 의존해 왔다. 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진단과 영상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자체적인 유지보수 관리가 어려웠다.

KERI가 개발한 '광역학 진단(PDD)과 광역학 치료(PDT)용 형광 복강경 복합 광원장치 기술'은 △복강경용 고출력 LED 광원 기술(암 진단)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암 치료) △소형·경량화 광학 설계기술을 결합한 복합 의료기술이다.


복강경용 고출력 LED 광원 기술은 광민감제를 인체에 넣고 형광 검출을 해 더 명확한 진단을 하게 해준다. 구조가 간단하고 조립·교체·운용이 쉽다.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은 뛰어난 온도와 전류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출력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의료 현장에 적용하면 표적지향적으로 환부 절개를 최소화해 치료할 수 있다. 특히 발병 뒤 생존율이 극히 낮은 췌장암과 담도암 등 복강경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정확한 암 진단과 선택적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배수진 책임연구원은 "복강경 기반 형광 영상 광역학 치료기술은 차세대 의료개념인 '보면서 치료하는(See-and-Treat)'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의료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기술이전 상용화로 다양한 암 수술 분야로 확대해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ERI는 해당 기술을 관련 전문기업에 기술 이전했다.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레이저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이고 광민감제 약제와 의료기기 융합기술 시너지 효과에 따른 암 치료 신시장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

현재 세계 복강경 시장은 2018년 8조 3000억 원(연평균 성장률 7.5%), 세계 광역학 치료 시장은 3조 7000억 원(연평균 성장률 7.3%) 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부출연금사업인 '형광 복강경 장치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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